5월에 드리는 편지
5월에 드리는 편지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2.05.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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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

선생님,

눈길 머무는 곳마다 아카시아 꽃이 초록 속에 흰 눈처럼 피었습니다.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가득한 계절에 선생님 평안하신지요? 유난히 기온차가 넘나들어 봄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해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을 맞을 때마다 선생님 생각을 마음으로는 하고 있지만 편지 한 번 제대로 못 드리고 세월을 보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생각나는 분은 바로 선생님이십니다.

제가 6학년 때였어요. 너무 무섭다고 소문이 난 미남이신 선생님께서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우리 반은 모두 겁이 나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생각하면 그때 군에서 제대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 것 같았어요.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저희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감성이 풍부하셔서 예능과목들을 철저하게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로 저는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지난해 친구 전시회에 오셔서 축하말씀을 해 주셨지요. 그때 넘치는 패기는 지난날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힘이 있는 목소리, 꼿꼿한 자세, 머리빛깔만 조금 변하셨지 지난날 6학년 교실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건강하신 선생님 모습을 보며 매우 기뻤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저는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교실 후면 작품 판에 게시되었던 제 작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술 시간에 헝겊 조각을 이용한 구성이었는데 쉬는 시간 그 작품 앞에 서실 때마다 칭찬을 해 주셨어요.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는 저를 따돌리고 놀았습니다. 속상했지만 참았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으로 저는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과목을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라서 교직에 나갔을 때 미술·음악시간은 선생님처럼 한 번도 빠짐없이 하였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쁘답니다.

선생님, 벌써 저도 내년 8월이면 정년을 하게 됩니다. 제가 교단에서 생활할 때 제일 많이 생각나는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은 어린 제게도 순수하게 자리 잡아 잘하진 못해도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교단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꾸중을 들으면서 바른길로 인도해주시는 선생님을 따랐습니다. 지금의 교육현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저는 다행히 아기들과 생활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푸른 오월에 한번 드리는 편지가 선생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행복한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2년 푸른 오월에 제자 효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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