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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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2.05.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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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의 푸른 오월이라는 시다. 오월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시원하며 향기로운 계절이다.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되며 감사한 계절!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이다.

오월은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부모님의 손을 다정히 잡아보는 계절이기도 하며 나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생님을 생각해 보고 감사한 마음을 갖기도 하는 계절이다. 나의 정신적 지주로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그분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비를 베풀어 깨달음을 얻고 싶은 석가탄신일도 오월이다. 오월은 챙겨야 할 것도 감사해야 할 것도 많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달이기도 하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선물을 받기도 했지만 주기도 했다. 때로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마음으로는 커다란 선물을 드리고 싶지만 손이 부끄러운 선물을 드릴 때도 있었고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꼭 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분에 넘치는 선물을 보낸 적도 있었다. 어떤 때는 이도저도 모두 생략하고 마음으로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미안해 한 적도 있었다.

선물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선물은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주는 것이라 했다.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방법이 꼭 물건을 주고받아야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말로만이라든지 마음으로만 이라는 것은 소통되지 않는 일방적인 선물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동안 받은 선물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지만 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선배님이 바닷가에서 나를 생각하며 바다의 소리를 꼭 전하고 싶다며 주워온 소라껍데기라든지, 집사람이 여행길에 주머니에 슬쩍 전해준 동그라미가 박힌 돌멩이, 지인이 한자 한자 정성으로 나무판에 새겨 보내준 글귀는 지금도 나의 좌우명으로 삼는 소중한 선물이다.

그중에 가장 소중한 선물은 나에게 조건없이 와 주어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낸 나의 아내,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예쁜 딸과 아들 이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오늘 딸아이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출가하여 가까이 살고 있지만 가정을 꾸리고 보니 시간이 나지 않는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아빠, 혹시 좋은 꿈 꾸셨냐고 묻는 말에 무슨 뜻인지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안부 묻기만 바빴다. 딸의 의도를 나중에야 알아차리고 혹시 좋은 일 있는 거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임신이란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나니 마음이 묘하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현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딸은 내게 아빠라는 이름을 가지게 만든 소중한 첫 선물이었다. 결혼하여 나를 제일먼저 할아버지가 되게 만든 딸은 또 한 번 생명이라는 귀한 선물을 내게 보냈다. 나는 이 귀한 선물을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랑을 한다.

계절의 여왕 오월이 더욱 푸르고 향기로우며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내가 받은 귀한 선물 때문은 아닐까? 큰 선물을 받은 나는 어떤 선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할지 궁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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