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문 공고문 읽고… 또 읽고…
은행 정문 공고문 읽고… 또 읽고…
  • 홍순황 기자
  • 승인 2012.05.08 0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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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저축은행 영업정지 첫날
예금주 설명회 개최… 250명 참가"

대부분 노인들 "돈 걱정에 한숨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한주저축은행(대표 김임순).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의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후 예금주들의 거센 항의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한주저축은행은 다음날인 7일은 아예 정문이 폐쇄된채 안내문만 내걸렸다.

이날 오후 1시쯤 이곳에는 예금주로 보이는 서너명의 노인들만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문 셔터 사이에 보이는 공고문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오전에 이어 오후 2시 조치원읍 남리 수정웨딩타운에서 2회째 열린 예금주 설명회에는 250여명의 고객들이 예금보험공사에서 나온 관계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눈과 귀를 모았다.

뒤편에 있는 고객들은 잘들리지 않는지 간간이 "큰 소리로 말해요. 볼륨을 높여요"라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오전 설명회를 듣고서도 이해가 안 간다며 오후 설명회에 다시 나온 한 어르신은 "먼저 2000만원만 준다며 나머지는 언제 받는 거여 받을 수는 있는 거래"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은 "몰러 나도 모임 돈 4400만원을 맡겼는데 걱정이네" 하며 거든다.

도시가 아닌 시골 저축은행 고객들의 우려를 함축시킨 대화다.

그러면서 한곁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면서 12일 초청잔치를 한다고 하면서 참석하라고 한 것을 보면 계획적으로 속인 거 아녀"라면서 소리를 버럭 지른다. 은행 측이 영업정지 될 것을 사전에 알고서도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잔치 핑계를 댄 것이 아니냐는 항의다.

그러는 중에도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예금주들의 걱정은 쉽게 놓이질 않는듯 했다.

한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BIS비율은 -37.32%로 부실 정도가 매우 심각한 편이다. 자산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주저축은행은 결국 재무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지난 2월 기준 순자산이 -616억원에 달해 영업정지 조치를 피할 수 없었다.

예금주로 보이는 노인들이 한주저축은행 정문에 걸린 공고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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