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이정록
모내기를 끝낸
논두렁마다
도랑도랑 신이 나 있다
자라나는 옷을 입은 논과 논
그 단벌의 옷자락, 사이사이
이앙기 바퀴와 사람들의 맨발로
납작해진 논두렁, 빛난다
저 논두렁처럼
낮고 분명해야 하리라
딛고 지나간 발자국 옆에서
합장을 풀고 싹을 틔우는 밤콩처럼
한 줌의, 식은 재를 열고
몸 세우리라
※ 5월로 넘어서자 남쪽에서부터 모내기 소식이 들려옵니다. 텅 비어있던 북쪽의 들녘도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푸른 옷을 입기 위해 논과 논 사이, 논두렁에도 묵은 흙들이 뒤집이를 합니다. 뒤척일 때마다 낮아지고 분명해지는 논의 경계. 그 사이 사이에서 생명을 키우는 작은 풀꽃들이 다투어 몸을 일으킵니다. 몸을 낮춰야 보이는 저 푸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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