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즈음하여!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 김종례 <보은 회남초 교감>
  • 승인 2012.05.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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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종례 <보은 회남초 교감>

천진스런 재잘거림에 더욱 생기로운 활력소가 용솟음치는 아름다운 계절이 찾아왔다. 벌써부터 제 90회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5월을 마냥 기다리던 아이들이다. 어린이날이 오면 뭐가 좋으냐고 물으면 으레 선물이라고 대답들을 한다. 우리가 어릴 적엔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이 내 것인양 신나고 즐거웠지 않았는가!

어릴 적 어느 목사님 댁 방문소감을 잠깐 소개한다. 목사님은 어린이날이 되면 자녀들을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부모님께 절을 시키곤 하셨다. 그리고 특별 간식을 온 가족이 만들어 드시는 것도 보았다. 자녀들과 나에게 책 한권씩 선물로 주시면서 '이 책속에는 알 수 없는 희귀한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으니 여러번 읽어서 보물들을 다 캐내어 너희 것으로 삼아라'며 당부하곤 하셨다.

그리고 '네 아비의 명령을 지키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고 순종하라'고 어린이날에 훈계하셨다. 어버이날에도 똑같은 절차를 실천하시며 가정 이벤트를 치르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행여 방문한 손님들이 귀엽다고 돈을 주어도 그 댁 자녀들은 절대로 거절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돈으로 달랜 아이는 장차 돈의 노예가 된다는 섭리를, 먹을 것으로 달랜 아이는 훗날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굴복하여 건강을 잃게 되는 섭리를 미리 예견하시고 교훈하신 것이리라.

며칠 전 인터넷에 '어린이날 선물로 좋은 베스트10'이라는 사이트가 있길래 호기심에 들여다보곤 깜짝 놀랐다. 어린이날을 기회로 대박을 보려는 인터넷 쇼핑물들이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왔으며, 심지어 '방정환 선생님' 사이트 목록에도 첫 화면이 어린이날 갖고 싶은 선물이라고 나왔다. 기가 차고도 남음이 있지 않는가!

사이트마다 스폰서, 프리미엄, 스페셜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로 어린 심령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어린이날을 아예 선물 받는 날로 혼란스럽게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곳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더욱 애가 타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린이날! 아동문화운동가이며 독립운동가이신 방정환 선생님께서 특별히 어린이날을 제정하시어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깃발을 흔들도록 선도하셨다. 장차 이 나라의 미래와 주인이 될 어린이의 올바른 인성과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정하신 뜻 깊은 유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장유유서 관념이나 위계질서 의식이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는 이 시대에, 어린이 교육의 새로운 잣대가 절실함을 누구나 부인하지 않는다. 올곧은 분별력과 도덕관을 형성시키고 정립시켜야 할 것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세파에 휘둘려지지 말고 올바른 판단력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을 뜻하고 '庸'이란 일상(日常)을 뜻한다. 도달해야 할 원칙이나 이론이 어렵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부딪치는 평상의 문제나 상황에 따라 최적의 가치를 지혜롭게 찾는 게 중용이라 하였다. 그러려면 극단적인 대립의견이나 모순마저도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중용(中庸)은 오늘날 적절한 기준점을 찾지 못하고 기우뚱거리는 교육현장에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교육적 감수성을 발휘하여 교육현장의 부조화를 수술할 수 있는 신선한 메시지라 하겠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이젠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 자녀 내 제자에게 넘쳐남과 모자람을, 옛것과 새것을,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 교육활동을, 교실안과 교실밖의 배울거리를 적절히 안배하는 중용의 지혜를 적용한다면, 백년대계의 교육지표가 희망차게 날갯짓을 할 것이다. 신록의 창가에서 청아한 울음소리 한 모금 내뿜는 파랑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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