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다
남자들의 수다
  • 이상종 <청주시 주민복지과>
  • 승인 2012.04.30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이상종 <청주시 주민복지과>

지난 달 신안군의 한 리조트에서 워크숍이 있었다. 공기 중에 음이온이 많아서 인지 깨끗한 공기를 타고 부딪지는 파도소리까지 청정한 바다 위에 위치한 숙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교육이 끝나서인지 일상에서의 해방과 약간의 음주가 가미되면서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어졌다. 대립각을 세웠던 갈등의 논리가 아닌 동조와 공감의 이야기가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이쯤 되면 남자들의 수다도 결코 장난이 아니다.

취기가 약간 오른 50대가 "사랑해 형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하며 같은 일을 하는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였다. 보기에 좋았다. 서로 의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특히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의 아저씨에게는 때론 절실할 수도 있다.

모르는 것이 없고 만능 해결사였던 아빠가 초등학교 산수가 수학으로 바뀌고, 최첨단 전자기기를 아이를 통해 터득해 가는 순간부터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본의 아닌 별칭을 얻게 된다는 말에 모두 공감했다. 집밖에서는 예전에 형, 동생의 우애감과 동료애 보다는 경쟁관계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인류사가 상호비교와 때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도 하였지만 한편에는 반칙과 변칙도 공존하였을 것이다. 중년 남자들의 수다에는 왠지 경쟁의 긴장 보다는 반칙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더 피로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시험시간에 친구가 일명 '커닝' 을 하는 것을 보았고 시험 종료 후 자기는 공부를 해서 시험을 치렀는데 그렇게 시험을 보는 것이 화가 나서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괜찮아, 그런 것은 실력이 되지 않아. 그 때 뿐이지. 상관하지 말고 항상 실력을 키워"라고 위로를 했었지만 지금 현실과 또 앞으로 미래에 과연 쓸모가 있고 통용될 수 있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칭찬도 받고 잘 하고 싶은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아주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었다면 다를 것이다. '시간'에 대해 좀 다른 측면을 보자. 공부를 했다는 것은 그 만큼 그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한 것이다.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공부에 선택하고 투자한 것이다. '선택을 하고 투자한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떤 처세술 관련 도서를 보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때를 기다리는 미덕 보다는 남 보다 먼저 무조건적으로 선점'하는 것이다. 순간의 평판은 짧지만 앞으로의 이익은 더 크다는 것이다. 빠른 방법이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수단과 방법'이 일방적이지만 한편 비상식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선택을 하고 투자한 시간' 에 대한 이해도 배려도 없는 오직 나만이 성공하기다. 그게 잘한 것이라고 권장하고 칭찬하는 사회는 아닌지.

영화 '인타임'에서는 손목에 시간 바코드가 있다. 손목 바코드에 급여를 누적시키고 또 물건을 살 때나 어떤 대가를 지불할 때는 차감한다. 그러나 이 바코드 시간이 바닥이 날 때 충전을 하지 못하면 생명까지도 잃게 된다. 시간이 생명이고 재산이며 법이다. 부와 명예, 시간은 과거에 투자한 노력의 대가이며 또한 미래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훔치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한다.

영화 속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시간은 소중하다. 특히 선택하고 땀 흘려 투자하고 노력한 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따뜻한 경쟁을 되었으면 한다. 남자들의 수다 속에 애잔함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