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과 향
맛과 멋과 향
  •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04.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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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자연은 계절 따라 무상한 변화를 통해 경이롭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전국 각지에서 아름다운 꽃축제를 열며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꽃은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저마다 향기로움을 뽐내면서 벌과 나비를 유혹하며 생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미 훌륭한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간사회에도 자연의 변화를 통한 갖가지 형형색색의 맛과 멋, 향기를 보여주듯 사회 활동을 통해 각기 나름대로 맛과 멋과 향을 머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추고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터인데 욕심 많은 인간사회에는 조화롭고 순탄한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하는가 보다.

그러면 여기서 조용한 마음으로 맛과 멋과 향기로움을 음미해 보기로 하자.

먼저 맛은 혀의 감각기능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맵고, 짜고, 달고, 시고, 쓴 다섯 가지가 있듯이 이에 비유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즉, 작은 고추가 맵다고 체신은 작아도 항상 심신이 견고해 큰일을 잘해내는 사람이 있고, 자린고비와 같이 있으면서도 쓰지 못하는 짠돌이가 있는가 하면 다변과 기교로서 항상 듣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달콤한 사람도 있고 너무 원숙하고 착 가라앉아 시금털털한 사람도 있고, 지나치게 원칙론을 주장하며 남의 허물을 그냥 보아 넘기지를 못하는 쓰디쓴 유형의 사람도 있다.

그 다음으로는 멋에 대해 생각해보자. 요즘에는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얼짱이라고 하고 몸매가 날씬한 사람은 몸짱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멋쟁이는 외형의 잘난 멋보다 생각과 행동이 바르고 명쾌한 사람이야말로 멋쟁이가 아니겠는가. 공연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한다면 그것은 어리석기가 그지없는 노릇이다.

어떠한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대(大), 소(小), 경(輕), 중(重)을 분별하고 완급을 조절해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멋쟁이가 아니랴!

다음으로, 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만물은 각기 독특한 향이 있다.

꽃에 비유한다면 모양새는 별로이면서 구수하고 짙은 향을 내는 꽃이 있는가 하면 색깔은 화려해도 향기가 없는 꽃도 있고 독을 뿜는 것도 있다.

인간 사회에도 유사하게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이거나 화를 잘 내는 이도 있고 고도의 감정을 유발하는 험담을 듣고도 지혜롭게 구수한 덕담으로 받아넘기는 여유있는 이도 있는가 하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무미건조한 성격의 소유자도 있다.

향기롭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움과 곤경에 처한 이를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비로운 마음이야말로 무한한 기쁨과 가능성을 전해주는 향기가 아닐는지.

요즘처럼 각박해져 가는 사회현실 속에서 우리 서로 맑고 밝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다 함께 참여하고 노력한다면 다소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자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의 문이 열릴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흥을 더한다면 생활에 윤택함을 더하는 좋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이제 실록의 계절 5월이다. 만생이 왕성한 성장활동을 펼치는 계절에 각자의 맛과 멋과 향을 가꾸며 풍요로운 목표를 향해 활기찬 활동을 펼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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