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량천을 걸으며
율량천을 걸으며
  • 이효순 <수필가·덕성유치원 원장>
  • 승인 2012.04.3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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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덕성유치원 원장>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어제 내린 봄비로 율량천 가장자리의 들풀은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이렇게 출근길을 걷는 마음이 오늘처럼 상쾌한 것도 촉촉하게 내린 비타민 같은 봄비의 덕이다.

매일 아침 운천교를 건너 율량천이 무심천과 합류하기 전에 남편의 승용차에서 미리 내린다. 건강을 위해서다. 그곳에서 근무처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20분이 좀 넘게 걸린다.

승용차에서 내려 방부목 계단을 지나 율량천의 돌다리를 건넌다. 돌다리를 건너며 흐르는 작은 냇물과 주변의 파릇해진 봄의 정경을 본다. 그리운 어린 시절이 흐르는 물에 실려가는 것 같다. 고향의 도랑물에 종이배를 접어 띄우며 놀던 일, 고무신에 물고기를 잡아 놀던 기억도 빠르게 스쳐간다. 어느새 쑥도 제법 많이 자랐다. 냉이와 꽃다지는 벌써 꽃을 피워 씨방을 만든다. 아침마다 만나는 자연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나날이 변하는 모습이 신기할 뿐이다. 바쁜 중에도 자연과 더불어 지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몇 년 전만 해도 율량천은 작은 도랑의 오폐수가 흐르던 곳이었다. 시 당국의 노력으로 개울을 넓히고 시민들의 산책로를 조성하여 자연을 도시 속으로 불러들인 것 이다. 나는 건강을 위해 이곳을 아침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출근한다.

율량천은 작은 개울이지만 나름대로 그곳에 사계절이 있다.

겨울에는 청둥오리의 모습을 보며 출근을 하고 돌다리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골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아도 내가 자라던 고향 같은 정겨움이 있다. 철새들이 견딜만하니 찾는 것이 아닌가 가끔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곤 사계절이 오간다.

요즘은 봄이 무르익어 초록빛으로 가득해 발걸음이 가볍다. 사계절 중에 가장 좋은 계절 같다. 작은 생명들이 약동하기 때문이다. 모래가 쌓인 곳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보랏빛 제비꽃의 신비스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산책로 가장자리 노란 민들레의 속삭임과 초록빛 토끼풀의 어울림이 다정해 보인다.

초록 사이를 걸으며 아침이면 출근하여 작은 천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한다. 초록처럼 싱그럽고 깨끗한 그들을 생각하면 새 힘이 솟는다.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물결을 본다. 아침의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자연의 섭리가 고마울 뿐이다.

율량천의 산책로는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소박한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걸을 수 있어 시간이 덜 든다. 차 없이도 행복한 출근을 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정화된 마음으로 작은 천사들을 맞이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자. '걸으면 건강하다 걸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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