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서 과학을 찾다 <2>
문화재에서 과학을 찾다 <2>
  • 박소영 교사 (충주 성남초)
  • 승인 2012.04.26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박소영 교사 (충주 성남초)

'어디서 우리 조상들의 과학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생활 주변에서 크고 작은 조상의 과학적 지혜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 조상들의 삶,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 속에서 우리는 쉽게 조상들의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다.

음식 보관법에서 조상들의 자연친화적 방식은 탁월했다.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널리 보급돼 있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장독대와 독, 항아리가 없는 가정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초겨울 김장으로 담근 김치를 옹기에 넣어 땅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소금을 이용한 염장법, 천일염만을 사용한 식품인 젓갈,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토굴 보관법 등은 현대 과학도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옹기나 발효식품인 김치가 우리만의 독특하고 소중한 과학적 유산임에 틀림없다.

다음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있었고, 수백 년 전 한여름에도 완벽하게 얼음을 저장했던 석빙고를 살펴보자. 전통 건축물 중 석빙고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에 달리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며,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구조물이다. 석빙고가 오늘날의 냉장고와 비슷한 구실을 하였던 곳이기는 하나, 하는 일이 조금 달랐다. 냉장고는 기계를 돌려서 얼음이나 냉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지만, 석빙고는 공기 흐름을 잘 다스려 겨울에 모아 두었던 얼음을 다시 얼음이 어는 다음 해 겨울이 올 때까지 안 녹게 두었던 곳이다. 즉, 서양의 냉장고와는 달리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고, 자연의 순리는 따르는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또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 건물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짓는다 하더라도 더 설계를 바꿀 필요가 없을 만큼 목재의 수분관리 기능이 완벽한 건물이다. 즉, 공기를 순환시키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살창, 굴뚝 효과로 온습도를 조절해 주는 판가, 습도를 조절해 주는 숯이 깔리 바닥 등은 현대기술을 뛰어넘는 완벽한 건축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 백 년을 지나 천 년에 가까워지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장경판전의 건축기술을 가졌던 덕분으로 후손들이 팔만대장경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우리의 문화재 속에는 이렇듯 과거 조상들의 산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기술이 지금 과학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조상들의 슬기와 과학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과학 문화재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과학 문화재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긍지를 갖게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조상들이 남기신 귀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현대의 과학기술과 더하여 새로운 과학문화를 창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