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가스로 화학전쟁을 하는 미생물
독가스로 화학전쟁을 하는 미생물
  •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2.04.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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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스컹크가 지독한 냄새를 내뿜는 방귀로 자신을 괴롭히는 동물들의 위협을 피한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스컹크의 방귀에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부틸메르캅탄(butylmerkaptan)이라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악취를 내뿜는것은 스컹크만이 아닙니다. 식물 가운데서도 마늘은 알리신(allicin)을, 소나무나 전나무는 피넨(pinene)이라는 물질을 내뿜어서 적을 퇴치하지요. 이러한 물질들은 식물을 썩게 하는 식물 병원성 미생물이 바람을 타고 와서 자기 몸에 붙으면 아예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죽여 버리는 항생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스컹크는 자기를 괴롭히는 육식동물에게 심한 악취 성분의 가스를

이는 인간들이 전쟁에서 사용하는 화생방전의 독가스나 화학제제와 아주 유사한데요 이처럼 동식물의 자기의 가장 큰 적이 누구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는 화학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섯 같은 고등 미생물은 자신을 해치는 곤충을 만날 때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그러한 미생물을 가장 성가시게 하는 적은 누구일까요?

파리나 애벌레 같은 곤충은 버섯을 먹이로 먹거나 새끼가 자라는 동안 집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작은 쥐나 지렁이 등의 작은 동물도 버섯을 서식처나 먹이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버섯에게는 이러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버섯으로 잘 알려진 담자군 계통의 미생물들은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인간들이 가장 치명적인 화학무기로 사용한 시안계통의 화합물질을 독가스로 사용하여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숲 속 밝은 곳에서 자라는 낙엽버섯이나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단버섯은 몸체가 부드러워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의 먹이로

아주 적합합니다. 이 버섯들은 자신을 방호하기 위해 시안 독가스를 내뿜어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의 접근을 막습니다. 실제로 낙엽버섯을 잘게 썰어 사방이 막힌 상자에 넣고 파리를 잡아넣으면 2~3분 이내에 파리가 죽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버섯이라고 불리는 담자균 미생물의 몸체는 버섯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에 독가스까지 만들어 보호하는 것일까요? 우리 눈에 보이는 버섯의 몸체는 학문적으로는 자실체라고 불리는 종자식물의 열매, 즉 씨앗과 같습니다.

생물에게 열매나 씨앗은 자손을 퍼뜨리는 아주 중요한 생식기관입니다. 만약 씨앗이 곤충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버섯은 자손이 끊어져서 영원히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어린 자식들을 보호하듯이 버섯도 자기 종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독가스를 만들어 스스로 해충의 접근을 막는 적극적인 방호 태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독버섯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독버섯의 정확한 구별이 아주 중요합니다.

버섯은 나무와 같은 식물에 비해 약한 몸통을 가져서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방법으로 독가스를 만들어 화학전을 벌입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낙엽버섯이 수족마비나 혈전용해 같은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치명적인 시안가스로 화학전을 불사하는 버섯을 보면서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의 끊임없는 노력에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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