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오랜만에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읊조려 봅니다. 곱씹을 수록 시인이 들려 주고픈 삶의 의미가 명쾌하게 전해집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 듯, 우린 모두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제 아무리 곱디 고운 꽃도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의미 없는 존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알아간다는 것, 이는 세상을 알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 작은 것에 눈길을 보내 꽃을 피워 봐야겠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