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25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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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오랜만에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읊조려 봅니다. 곱씹을 수록 시인이 들려 주고픈 삶의 의미가 명쾌하게 전해집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 듯, 우린 모두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제 아무리 곱디 고운 꽃도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의미 없는 존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알아간다는 것, 이는 세상을 알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 작은 것에 눈길을 보내 꽃을 피워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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