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애프터써비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애프터써비스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4.16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뒤 관리', '뒤 봉사', '뒤 수리', '뒷손질', '사후 관리', '사후 봉사' 등 우리 말로 순화하여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애프터서비스는, 상품을 판 뒤 제조업자가 그 상품의 설치, 수리, 점검 따위를 책임지는 일을 말한다. 좋은 상품일수록 애프터서비스가 잘 이루어지므로 우리는 상품 구매의 중요한 조건으로 애프터서비스를 꼽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명품과 유명 메이커를 따지는 것도 역시 애프터서비스 때문이다.

상품에만 애프터서비스가 있는 것만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자도 애프터서비스를 잘해야 명품 제자로 키울 수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의 재학 중에 교과의 전문성을 갖고, 수업도 잘해야 하고, 상담과 관심, 사랑을 많이 주어야 하지만 애프터서비스를 잘해야 좋은 선생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애프터서비스 잘해서 수많은 제자를 내 제자로 만드는 비법을 가지고 있다. 고3 담임을 하게 되면 매년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어렵게 재수생 생활을 하는 제자들이 상당수 있다. 재수생 생활은 정말 힘들고 어렵다. 학교에 소속되어 있을때 처럼 담임이나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힘들때 상담이나 격려해 주는 사람도 없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겨 내야한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나는 가끔씩 저녁 시간에 학급의 아이들 자율 학습하는 것 확인한 후 인근의 재수 학원을 순회하면서 재수생들을 애프터서비스 하였다.

저녁시간에 찾아가서 저녁을 사 주기도하고,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사가서 위로를 하면서, 격려하고 상담도 해주면 너무 좋아하고 힘을 얻는다. 학원의 선생님과 원장님도 선생님이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졸업생을 불러달고 부탁을 하면 흔쾌히 학원 내 방송을 해서 학생들을 불러 준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제자들을 찾아가서 얼굴 보고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것이 담임으로서, 선생님으로서 당연하게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나는 학원으로 찾아가는 애프터서비스를 계속했다. 때로는 힘들어하는 제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방황하는 제자들을 바로 잡을때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대학입학 원서를 쓰거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할 때도 나를 찾아온다. 나는 고3 담임이었기 때문에 대학 입학에 관한 정보가 많이 있어서 상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낮에는 재학생들이 있으므로 밤에 학교로 찾아오게 해서 여유롭게 상담을 해서 대학을 진학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제자 한명을 더 얻게 된다. 몇 년을 담임한 선생님 보다 가끔이지만 자신이 가장 힘들때 찾아와서 격려해준 나를 스승으로 생각하고 지금도 연락하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많다. 계속해서 애프터서비스를 요구 받는다.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그리고 회사 취직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때도 수시로 연락하고, 상담을 한다. 물론 애인이 생기면 결혼에 대한 상담도 한다.

최근에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 오고, 주례를 서주면, 아기 이름까지 지어주는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한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행복한 애프터서비스가 또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