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암 생태공원
문암 생태공원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2.04.1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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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진순 <수필가>

석양의 노을이 주홍빛으로 이글거리며 서산을 물들이고 있다.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듯 하다.

오랜 산고 끝에 탄생된 문암 생태공원은 1만8000여평의 넓고 드높은 중부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원이라고 한다. 아직은 공원이라고 하지만 화장실과 산책로가 형성되었을 뿐 심겨진 꽃나무와 소나무들은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더미 위에 세워진 탓으로 주민들이 숨막혔던 고통을 참아냈듯이 식물들도 안으로 아픔을 삭이며 죽거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집집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어딘가에 매립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어느 곳이고 매립지로 선정되면 싫다고 아우성치며 손사래를 친다.

20년 전 무지한 농민들이 교통이 편리해지고 땅값이 오른다는 달콤한 유혹에 앞뒤 재지 않고 환영하다시피 들어왔었다. 막상 쓰레기 매립장이 형성되고 그 고통은 어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악취와 해충으로 밤낮을 보내야했다. 재산권 행사도 못했고 젊은이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고 노인들만 땅을 지켰다.

5년 전 도로가 넓혀지고 가로등이 서고 멋진 공원이 만들어졌다. 그 모습은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희열의 순간이었다. 주민들의 아리고 쓰린 상처가 치유되는 희망의 노래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땅속에서 분출되는 독가스 불은 보초병처럼 공원의 파수꾼이 되었다. 심겨진 식물들은 시들시들 몸살을 앓고 있다. 하나 둘 사라져가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이력서를 쓰듯 기록을 남길 것을 권하고 싶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처럼 그 기록은 훗날 값진 보물이 되리라 믿는다. 어느 곳이고 쓰레기 매립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초대하여 멋지게 형성된 공원을 문화관광지로 만들어 보여 주고 싶다. 산증인인 주민이 가이드가 되어 고생담을 들려주며 공원을 안내한다면 눈물겨운 감동을 받을 일이며 희망 넘치는 공원은 관광지로 우뚝 설 것이라 믿는다.

까치내(오창 팔결 & 무심천 물이 만나는 곳) 합수머리에는 조개가 살고 있으며 물고기떼들이 다니는 길이 만들어져 잉어들이 뛰놀고 있다. 곳곳에 백로가 유유자적 노닐고 푸르러가는 물과 숲에는 노루떼의 선한 눈망울을 볼 수 있다. 멀리서 기적소리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손 흔들며 무언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그림 같은 공원이다.

능수버들 늘어진 냇가에 갑돌이와 갑순이가 도란거리고 밤이면 병풍처럼 드리워진 오색 빛의 도회지 풍경이 냇물에 고스란히 잠겨 역사를 하고 있다.

까치내 '문암 생태공원'은 어느 날부터 삼겹살 굽는 냄새가 붕붕 떠다닌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공원으로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꺼리들이 많았으면 싶다.

무심천 자전거 도로에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없이 한가롭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산책로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문암 생태공원을 멋지게 관과 주민이 한마음이 되어 문화관광지로 거듭 태어나 가까운 날 구름떼처럼 관광객이 몰려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개나리가 피어나고 목련이 날갯짓을 한다. 꽃망울을 키우는 벗과 명자나무들 머지않아 꽃잔치가 풍성해 질 것이다. 산수가 아름다운 우리 마을에도 아이들 손을 잡고 볼거리 공연이 펼쳐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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