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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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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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모래무지
6월 초순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 무심천에 나갔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예보되고 있으니 부지런히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남녀노소는 물론 예순을 훨씬 넘긴 어른들도 인라인을 타기 위해 한마음이 된다.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칠순을 넘긴 듯한 노인이 저만치서 걸어오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금방 물속에서 나온 모양이다. 노인의 한 손에는 전선과 절반이나 닳아 없어진 지팡이와 다른 손에는 '모래무지'라는 물고기 한 마리를 움켜쥐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노인은 키가 훤칠하게 컸으며, 어깨와 허리가 다소 굽어있었고, 쉰 목소리에 발음이 부정확한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 다 헤어진 운동화 뒤 굽을 접어 신었고, 온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듯한데 노인은 신이 나서 자랑을 시작했다.

소일할게 없는 노인은 종종 무심천에 나와서 물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무심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콘크리트 다리 기둥에 쓰레기가 걸려 있는 것을 걷어 올려 청소를 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전선과 지팡이를 물속에서 꺼낸 모양이다. 노인은 지팡이를 들고 무심천을 거닐다가 모래무지 한 마리를 발견했으며, 끝이 닳아 무뎌진 지팡이로 모래모지를 한 방에 잡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물고기는 본래 맑은 물속에서나 볼 수 있는 종이다. 노인은 모래무지는 1급수에서나 살아가는 고기라고 하면서 청주 무심천 물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즐거워하였다.

노인의 자랑스러운 말을 거들면서 나는 오랜만에 행복하고 건강한 반나절을 보냈다. 무심천의 잔잔한 물결위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흐르고 있었으며, 벌써 산골짜기를 휘돌아 고운 빛이 가득한 강가로 줄달음쳐 가서 소꿉친구들과 함께 떠들어 대고 있었다. 노인은 비릿한 사람냄새가 풍겨나오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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