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답잖은 30대 후보들
30대 답잖은 30대 후보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04.0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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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막판 선거판을 달구는 후보가 문대성과 김용민이다. 모두 여야가 이른바 개혁공천 차원에서 발탁한 인물들이다. 새누리당 문 후보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다. 대학교수로도 활동한다. 민주통합당 김 후보는 한국에서 가장 진화한 언론으로 평가받는 팻케스트 '나꼼수'의 기획자이자 핵심 멤버다. 지금까지 1000만명 이상이 듣고 강력한 팬덤까지 형성하고 있는 나꼼수의 주역인 그가 주시청층인 20~30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둘다 정치판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이나 다름없는 30대이다. 유감스러운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둘다 소속 정당의 이미지를 상징하던 마스코트에서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문 후보가 받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혐의는 사실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토씨와 오자까지도 일치하는 등 거의 원본을 복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당선돼도 국회의원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논문을 평가했던 심사위원장도 표절을 인정했고 학위를 준 국민대는 재심사에 들어갈 모양이다. 그가 교수직을 수행중인 동아대도 인사위를 열겠다고 하니 학위 취소는 물론 교수 직도 박탈될 공산이 높아졌다.

IOC가 남의 지적재산을 도둑질한 그에게 위원직을 계속 맡길리도 없다. 문 후보처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IOC 위원이기도 한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도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의혹을 받자 최근 사임키로 했다. 앞으로 문 후보는 국가적 망신을 불렀다는 비판까지 받을지도 모른다.

김 후보는 막말 파문에 휩싸였다. 여성과 노인을 비하했고 특정 종교도 모욕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한 말들이다. 성인을 위한 정치풍자 방송에서 한 말들이긴 하지만 지면에 옮기기가 꺼려질 정도로 표현은 상스럽고 어투는 품위와 담을 쌓았다.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궁지에 몰렸던 여당은 그의 발언을 발판삼아 역공에 나섰다. 여성·노인·종교단체는 물론 보수단체들까지 항의집회를 벌이며 야당의 선거 장세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결국 그는 당으로부터 사퇴를 권유받기에 이르렀다.

이쯤되면 당사자들의 자진 사퇴가 수순일 듯 하지만 둘다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평가받겠다는 것이 이유다. 문 후보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정치를 하겠다고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그는 사퇴해야 한다. 남의 논문을 베껴 따낸 학위로 공천을 받은 그는 당선되더라도 실격패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의적 과실로 팀을 궁지에 몰아넣은 선수가 계속 운동장에 남아 동료들의 눈총을 받는 모습도 스포츠 정신과는 배치된다. 의혹을 부인하는 문 후보에 비해 사과한 김 후보는 나은 편이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했으면 응분의 실천이 따라야 한다. 진보가 '수구꼴통'으로 몰아붙여온 조현오 경찰청장도 어제 수원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그동안 성적 약자인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참회했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뼈를 깎는 성찰과 탐구를 한 후 정치에 재입문해도 늦지 않다.

정권의 사찰 문제나 문대성의 표절의혹을 거론하며 사안의 경중을 따지자는 논리도 궁색하다. 왜 진보에만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보수의 방식이다.

이번 총선은 후보 자질 문제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사자들의 부도덕한 전력이 드러나 공천이 철회되거나 본인이 자진 사퇴한 사례가 잇따랐다. 문 후보나 김 후보 같은 정치 신인들마저도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신한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조차도 건지기 어렵게 된다.

많은 유권자들은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탐욕에 환멸을 느껴왔다. 도를 넘은 과실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주변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기득권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은 필부에게도 상식에 해당된다.

뜬구름 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당선욕에 현혹돼 오명을 안고가는 두 사람의 불안한 행보는 이번 총선이 주는 또 하나의 실망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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