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진달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05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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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윤 제 림

진달래는 우두커니 한 자리에서 피지 않는다
나 어려서, 양평 용문산 진달래가
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
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
진달래는 한 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
외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외갓집 뒷산까지 와
하룻밤을 더 자고, 그제서 지는 것이었다



※무덤덤하게 포복하고 있던 산등선 위로 골골이 꽃분홍 치맛자락 덮여옵니다. 어디서 발화되었는지 차랑차랑 치맛자락 소리에 끌려 진달래 피고 지고, 지고 또 피어납니다. 겹겹의 산을 지나고 강나루를 지나오는 동안 꽃멀미 가득한 봄바람, 꾸역꾸역 선혈의 꽃빛 토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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