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인. 카페인. 마케팅 (모든 광고를 의심하라!)
카제인. 카페인. 마케팅 (모든 광고를 의심하라!)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4.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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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바다건너 멀고 먼 나라의 차(茶)가 일상음료가 되더니 드디어는 연간 1조 1000억원어치가 팔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바로 커피의 카제인 논쟁이다. 커피바리스타 교육에선 커피를 내리기에 가장 좋은 물은 정수된 물, 정수기 물이라고 하니, 차 내리는 물의 중요성은 서양이나 동양이 다 같다. 그렇다면 맑은 물에 커피를 내려 먹으면 그만인데 커피도 아닌, 카제인을 가지고 왜 시끄러울까. 카제인(casein)은 발음이 비슷한 카페인(caffeine)과는 완전히 다른 물질인데 카제인은 우유에 든 단백질이며 일종의 영양물질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선 식품첨가물로 간주되나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 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선, 카제인이나 카제인 나트륨을 그냥 식품으로 분류하고 인체에 해롭단 근거는 없다. 결론적으로 무지방 우유나 카제인 나트륨 중 무엇을 커피믹스에 썼든 안전엔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시끄런 논쟁이 생긴 것일까. 그동안 동서식품에서 돈이 되는 커피믹스시장을 독점하니, 2010년 10월 남양유업이 톱스타 김태희를 내세워 커피시장에 뛰어 들게 된 것이 원인이다. 톱스타를 내세운 것도 주효했고 톱스타인 "그녀의 몸에 카제인 나트륨이 좋을까 무지방 우유가 좋을까 "라는 카피문구가 웰빙과 천연식품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카제인 나트륨'이라는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단어가 마치 몸에 안 좋은데 그동안 모르고 먹었다는 인식으로 전환케 한 것이다. 남양유업의 이러한 마케팅이 커피시장에 뛰어 든 지 1년 5개월 만에 22%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면 동서식품에서 연아커피를 내세워 맞불을 놓은 것도 나름의 대응마케팅일 뿐이다.

마케팅이란, 상품을 효과적으로 파는 것이고 상품을 팔려면,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마음의 움직임까지 꿰뚫어 봐야 하는 것. 그러나 기업의 마케팅은 돈을 원하지만, 돈이 아닌, 사랑을 이루고 싶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혼의 마케팅이란 차원에서 생각하면 마케팅이란 선과 악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카페인만 하더라도 정신적 각성과 예술적 영감,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선사해준다고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한가. 악마의 유혹이라거나 천사의 입맞춤이라며 즐기는, 커피 속 카페인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커피를 맘껏 마셔도 잠을 잘 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단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밤잠을 설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는 하루 3잔의 커피가 기억력과 사고력 감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카페인 섭취로 수면 장애, 잦은 소변, 가슴 두근거림, 위장 장애, 안절부절 못하는 정서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어트는, 커피 스푼으로 자신의 인생을 측량해 왔다고 고백했으며,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특히 많은 작가들 뒤에는 많은 양의 커피가 있었다. 유명한 터키 속담엔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란 말이 있다. 카제인 나트륨이나, 카페인이나, 마케팅이나, 모든 것에는 두 얼굴의 이면이 있다. 가면같은 다양성에서 온전한 나를 지키려면, 가끔은 "모든 광고를 의심하라"고, 권하고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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