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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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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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사회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인 미국의 워렌 버핏이 자기 재산의 85%인 약 3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한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그것도 자신과 관련된 재단이 아닌 곳에 기부함으로써 우리 풍토에서는 가질 법도 한 기부의 진정성()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조차 떨쳐내 버렸다. 물론 거액의 상속세를 피할 요량이 아니겠느냐는 꽤나 조심스러운 멘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렌 버핏이 이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으로,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은 분명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재벌들의 기부행위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8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고, 현대자동차는 1조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론스타는 1000억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그룹의 대단한 기부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며 시비곡직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에 다름 아닐 것이다. 기부행위가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방패막이였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숨길 수가 없었다.

사실 기부금문제를 거론하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지는 사설을 통해 삼성, 현대의 기부행위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의 높은 준조세율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기업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볼멘소리를 하는가 하면, 재계는 신세계의 1조원대 상속세 납세의사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률이 너무 높아 기업하기 어렵다는 식의 논리를 펴면서 신세계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기부행위를 준조세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어이없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왜곡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소시민들의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가게'가 최근 청주에서도 문을 연 것은 올바른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우리에게도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을 기업이념으로 삼고 있는 유한양행과 같은 존경받는 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에서는 발전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논쟁이 무의미하며 오히려 정당한 분배야말로 성장을 촉진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들에게 유한양행을 따라 보고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부의 축적 자체를 두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잘 벌어서 잘 쓰는 것이야 말로 누구나 바라고 또 좋은 일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는 어찌되었거나 돈이나 벌었으면 하는 심리가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회적인 공동선(公同善)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정당하지 못한 부의 축적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지만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부당한 가난과 굶주림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분명한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불로소득이나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회적 환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자들은 절대적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부자들은 누리려고만 하는 대신에, 베풀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상류층들의 사회적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우리 사회에서도 보편화되어야 한다. 부자들이 나눔의 덕목을 갖춘다면 외국의 사례를 들것도 없이 우리에게도 부자인 것이 곧 명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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