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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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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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언약
열 사흘 달빛 뿌옇게 달무리 속에 졸고, 일기예보는 전국적으로 비 예보를 한다. 평소 수업시간보다 일찍 출발하는 문학 기행으로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학우들과 여행에 동참하는 문학회 회원 몇 분과 인사를 나누자 이내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삼척 덕항산 중턱에 있는 환선굴을 향해 간단히 짐을 챙겨 언덕을 오른다.

운무가 내리면 신선 놀이터로 변신한다는 산기슭 입구가 가까워지니 시원한 바람이 아래로 내려오며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까지 장단을 맞춰 쉼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뚝 솟아 있는 촛대바위 근처에 있는 폭포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내려와 멱을 감곤했다는 전설을 들으며 박꽃처럼 뽀얀 달빛 속에 목욕하는 어여쁜 선녀를 상상해 본다.

동양 최대의 석회 동굴로 해발 500m 지점에 위치한 이곳에서 유출된 동굴수가 폭포를 이뤄 떨어지니 시원스럽다.

어두운 굴속으로 들어가니 지질학 나이로 5억 3000만살, 수 만살을 먹어야 1mm 자라는 태고적 석회동굴이 화려한 불빛에 속살 드러내듯 하나씩 은밀한 부위를 드러낸다.

젖빛 석회석이 꾸며놓은 '만물상'종유석, 유석, 종류관, 산호커튼 등 2차 생성물이 모여 거대한 종류벽을 이룬 '꿈의 궁전' 석회동굴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현상이 모인 '희망봉 미녀상'을 보니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물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처럼 우아한 형상을 만들고 있다.

조명불빛 따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감탄하다 '이곳에서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게 되면 영원히 변치않게 됩니다'라고 쓴 '사랑의 맹서' 앞에 발길이 멈췄다.

순간 함께 산을 오른 선이언니와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름다운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 가슴 속 항아리에 깊숙이 담자고 약속했다.

5억년 어둠 속 언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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