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안 늙냐!
너는 안 늙냐!
  • 정규영(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3.27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정규영(청주 중앙동)

3월이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내 심정은 여타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분주하다.

새 환경, 새 담임 선생님과 잘 지내야 할텐데라는 걱정이 분주함의 원인일 터였다.'어떤 분이 담임을 맡으실까<'하는 맘속에는 분명 욕심에서 비롯된 궁금증이다. 젊고 열정적인 여선생님. 그 밑에서 차분히 말 잘 듣고 잘 가르침을 받아 남을 앞서가는 아이. 이거였다.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본 좋은 선생님 상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가,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코 앞에 둔 남자 선생님이셨다. 내가 바랐던 선생님은 옆반이었고 같은 반 엄마들은 '헐'이라는 한 글자에 본인들의 마음을 표현해 보내왔다.

그에 반해 옆반 엄마들의 자랑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면서 자랑끝에는 꼭 우리반 걱정을 하는 것이다. 듣자니,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선생님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우리 선생님이 남자분이라 표현치 않아 그렇지 얼마나 꼼꼼하신데 그러냐. 경력이 거저 쌓이는 줄 아느냐, 연륜은 무시못한다더라 등, 막상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엄마의 입을 막고픈 생각에 열을 올렸다.

행여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 우리 반이 옆반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붙잡고 의중을 살피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명쾌했다, 너무 좋다 라는 거였다. "선생님 여기 풀이 없어요" 하면 "잔디밭에 가면 풀 많어"하는 싱거운 선생님과의 말장난이 재밌고 까다롭지 않아 무조건 편하다는 것이다. "그게 편한거냐"하며 아이에게 핀잔을 주려는데 옆에서 우리모자의 대화를 들으시던 친정어머니의 일갈!

"너는 안 늙냐< 너도 벌써 많이 늙었다. 젊은 선생도 몇 년 있음 늙는다. 애들 선생도 새파란 총각선생이었을거다, 니네 젊다고 넘 젊은 것 ,새 것만 찾지 마라. 이 나이되면 볼 것 안 볼 것 다 봐서 반귀신이고 저승사자하고 선후배고 염라대왕하고 매 저녁이면 악수하고 오구만. 근데 뭐가 걱정이냐 그 양반 아직 젊다. 너네가 배울게 많을 걸. 할 일 없는 에미들이 멀쩡한 애들 두고 이말 저말,멀쩡한 선생두고 이말 저말.너는 그런짓 마라."

(나의 어머닌 올해 80세시다)

그렇다. 아이는 누구보다 담임선생님을 믿고 좋아라 하는데 부질없는 내 욕심에 자꾸 견주어 아이와 선생님을 믿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믿는 선생님. 나도 믿어야지.누구보다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주실 진정한 스승이라고 믿자구나.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한마디 "너는 안 늙냐!"

늙음을 우습게 여기지 말자.뿌리가 깊어 흔들리지 않는 과거로 보자.과거없는 현재가 어딨고, 현재없는 미래가 어딨는가. 튼튼한 기초위에 멋진 건축물이 세워지듯 뿌리 깊은 과거를 지닌 우리 선생님의 현재를 믿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