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유전자
학교폭력의 유전자
  • 연광흠 <괴산경찰서 정보보안계장>
  • 승인 2012.03.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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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연광흠 <괴산경찰서 정보보안계장>

최근 초·중·고교생 사이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와 대안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학교, 학부모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대안들을 제시하지만 이는 곧 교육 현장의 주역들보다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대변되는 분위기다.

결국 학교폭력를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책임지려고 하는 의지는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학교와 학부모 모두가 이론과 논리로 걱정하고 비판하지만 직접 폭력 현장으로 뛰어 들어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 현상도 보이고 있다.

이쯤에서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라도 모두는 학교 현장에 직접 참가하며 학생들과 대화고 문제의식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교사와 교육정책을 펼치는 관계부처, 학부모들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춥고, 어려움을 참으며 보릿고개를 넘었다는 시절인 60~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은 최소한 지금처럼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진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수업이 끝난 후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렸고, 치고받고 싸우며 한몸으로 뒹굴어도 금방 화해하던 아련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당신엔 싸움 자체가 그냥 놀이에 불과했다.

그 시절엔 어린 청소년들의 싸움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히 성장하는 과정으로 치부했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싸움에서 힘이 약했던 친구가 자연스럽게 서열에서 밀렸다. 그렇다고 이긴 친구가 괴롭히거나 따돌리진 않았던 시절이다. 그때는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런 식으로 인간관계의 조화로움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며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 어느곳에서도 그런 장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마치고 자율학습, 또는 학원으로 달려가는 현재의 청소년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삶을 사는 방법은 아예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인성을 익혀가는 기회도 없을 뿐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과 어울리며 가족 공동체로서 역할을 배울 기회조차 쉽지 않다.

바꿔보면 지금부도 크게 늦진 않았다. 교육현장 주역들은 물론 학부모 스스로 학교폭력의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기에 앞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와 슬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청소년 스스로 이성과 감성, 경쟁과 배려의 조화를 배울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을 당국이 개발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부모들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커져야 한다.

학교에만 맡기는 교육에 앞서 가해자, 피해자 모두 학교폭력의 위험을 인지하고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은 곧 대한민국의 인격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 아울러 내 아이의 인성교육은 최소한 부모가 책임진다는 책임의식도 가져야 한다.

가정은 땅, 자녀는 나무, 국가와 사회를 햇빛이고 물이라고 본다면 물과 햇빛이 아무리 풍족해도 땅이 기름지지 않다면 그나무는 자라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론은 학교폭력의 유전자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학교와 학부모, 교육당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유전자를 국가와 사회에 충성하는 유전자로 바꿔 주는 역할이 더욱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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