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연가
미루나무 연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3.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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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고재종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저 은구슬만큼 많은

속엣말 하나 못 꺼내고

저 설렘으로만

온통 설레며

난 차마 어쩌나

강물 위엔 은어 떼 빛,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 대지 위로 봄기운이 가물가물 움틀댑니다. 들녘 한가운데 오도카니 서 있던 키 큰 미루나무 묵은 시간 털어내듯 뒤척이며 물살칩니다. 바람결에 튕겨져 나온 햇살 사금파리같은 문장으로 찾아오고, 몽울진 봄볕 아슬아슬 문턱 넘어서는데 어쩌라고 봄바람은 저리 부는지, 어쩌라고 햇살은 저리 눈부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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