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저 은구슬만큼 많은
속엣말 하나 못 꺼내고
저 설렘으로만
온통 설레며
난 차마 어쩌나
강물 위엔 은어 떼 빛,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 대지 위로 봄기운이 가물가물 움틀댑니다. 들녘 한가운데 오도카니 서 있던 키 큰 미루나무 묵은 시간 털어내듯 뒤척이며 물살칩니다. 바람결에 튕겨져 나온 햇살 사금파리같은 문장으로 찾아오고, 몽울진 봄볕 아슬아슬 문턱 넘어서는데 어쩌라고 봄바람은 저리 부는지, 어쩌라고 햇살은 저리 눈부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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