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의 새로운 역사 어디쯤 오고 있는가
우리 미술의 새로운 역사 어디쯤 오고 있는가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3.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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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갤러리를 하면서 자주 '그림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나 자신도 모르게 그림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림 속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비밀코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림을 깊이 보면 글자도 아닌데, 그림 이면이 조금씩 보이는 듯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를 대하면, 시대를 앞서 새로운 시도를 했던 혁명가와 같은 작가를 만나게 되는 기쁨을 덤으로 얻기도 한다.

무자비한 독재자 히틀러는 '확고한 시대정신을 예술가의 임무'라고 하면서 정치적 사상을 표방하는 예술을 지지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삐뚤어진 마음은 독일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찬양하고 전쟁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예술만을 진정한 예술이라 정의했다.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순수미술이나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추상미술은 모두 <퇴폐미술>로 간주했다. 그리하여 피카소를 비롯한 세잔. 고흐. 고갱. 마티스. 브라크. 샤갈. 뭉크 등 미술역사에 빠질 수 없는 유명한 작가를 포함하여 112명의 예술가와 작품7000여점을 압수했고, 5000점 이상의 작품을 불태워 버리는 예술품 학살을 자행했다.

이것이 미술사의 과거라면 반세기를 넘어 아직도 먹고 살아야 하는 기본욕구마저도 굶주림으로 채워야 하는 북쪽의 실상은, 그림과 예술이란 것이 히틀러의 통치하에 자행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도구로밖에 쓰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미술사의 거장 피카소가 세계 미술 경매시장 '부동의 1위'였던 13년간의 자리를 중국 작가들에게 넘겨줬단다. 프랑스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프라이스'가 최근 발표한 '미술시장 트렌드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서화가 장다첸(張大千·1899~1983)과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가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작가(총액 기준)로 집계됐다. 그들은 피카소와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1928~87)을 누르고 각각 1, 2위에 올랐다.

장다첸의 작품은 지난해 총 1371점, 5억5453만 달러(약 6205억원)어치가 팔렸다. 피카소(총 3억1469만 달러, 약 3521억원)는 4위에 그쳤다. 한국 미술가는 500위권에 김환기(219위), 이우환(246위) 두 명이 포함됐단다.

우리 미술사엔 작품을 사고판다는 개념이 없었다. 교수나 미대생이 전시를 열면 지인들이 와서 구매하는 수준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미술시장을 보면 미술만큼 돈의 가치가 변하지 않고 상승하는 예도 별로 없다. 경매 가격에 따라 미술사가 새로 쓰여지고 돈의 움직임에 따라 작가의 가치가 달라진다. 홍콩의 크리스티 같은 고가의 경매시장의 움직임은 세계 경매 시장에서 아시아, 특히 베이징과 홍콩의 파워도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해 미술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한 점유율은 41%. 미국(24%)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의 컬렉터들이 세계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컬렉터들도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야 우리작가와 작품의 우수성이 미술사에 기록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 추정가로는 40조원 정도로 보지만 아마도 프랑스가 망하지 않는 이상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팔지 않을 세계적인 우리작가나 작품들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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