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없는 손님
재수가 없는 손님
  • 이규정 <소설가>
  • 승인 2012.03.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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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규정 <소설가>

만물이 소생하는 春 3월에는 결혼식은 물론 봄맞이 행사가 많기도 하다. 서울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언제든 서울을 다녀오는 길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에는 교통이 혼잡하여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서다. 거기에 전용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가 한결 빠르기도 하고, 버스에서 책을 보거나 달콤한 잠속에 빠져드는 것 또한 좋은 방법에 하나이다.

오늘도 서울에 도착하는 고속버스에 내려서는 오후 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아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직도 서울에서는 동서남북을 모르는 촌놈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아서 적잖은 고생을 하였다. 행사장에 도착해서야 안도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저녁 행사를 마치고 또 적잖은 고생을 하고서야 도착하는 고속버스정류장에서는 10시 3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청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에서 피곤이 몰려들었다. 아침부터 달갑지 않은 몸살이 더해지는 몸뚱이가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청주에 도착하는 고속버스에 내려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는 집에서 쉬고 싶었다. 다급하게 쫓아가는 택시정류장에서 반기듯이 움켜잡는 택시의 차문을 열었다. 운전석에서 �!構� 쳐다보는 기사가 가느냐고 묻는다. 하복대라는 말끝이 멈추기도 전에 재수가 없는 손님이라고 다그치는 기사의 눈빛이 제법이나 사나웠다. 험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핸들을 움켜잡는 택시가 도망치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약이 올랐는지 택시의 꽁무니에 매달린 번호를 쌍그렇게 쏘아보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기사가 창문을 열면서 어서 타라고 재촉하였다. 고맙다는 한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핸들을 움켜잡은 기사가 미친놈의 미꾸라지 하나가 맑은 물에 흙탕물을 튕긴다고 투덜거렸다. 후덕하게 보이는 기사가 또한 도망치듯이 내달리던 택시가 어지간히 마땅찮았던 모양이다.

우리 집에서 고속버스정류장은 그다지 멀지가 않다. 택시를 이용하면 기본요금을 조금 넘어서는 거리이다. 언제나 운동 삼아서 걸어 다니던 곳이다. 하지만 얼마나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이용하려던 택시기사에게는 재수가 없는 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장거리 손님을 기대하던 기사로서는 당연한 타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재수가 없는 손님이라고 다그치는 욕지거리가 마땅찮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또한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가끔이나마 이용하는 택시에서도 마음씨가 좋은 기사들이 많기도 하다. 갑자기 길바닥에 쓰러지는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자비를 털어서 불우환경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기도 한다. 거기에 하필이면 재수가 없는 손님이라고 타박하는 택시기사를 만났으니 정말로 재수가 없는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택시는 시민의 발이라고 한다. 가끔은 다급한 환자를 만나기도 하고 전혀 뜻밖에 시간에 쫓기는 손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이라고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기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다급한 손님은 아니었다. 솔직히 가까운 거리라서 재수가 없다는 타박에 하찮은 불평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유를 묻기도 전에 재수가 없다고 다그치며 쏘아보는 기사는 위급한 손님에게도 똑같은 행동이 버릇처럼 반복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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