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자유
마음의 자유
  •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03.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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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봄은 오고 있는가? 정말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가?

양지 쪽 언덕밑에 이미 봄의 전령인 난초(상사화)의 싹은 찬 서리 얼음을 뚫고 파란잎을 뾰족하게 내밀고 하루가 다르게 피어오르고 있다. 만물이 새생명을 잉태하는 희망의 봄, 설레는 마음, 수줍은 마음으로 찾아오는 봄을 맞으려 한다.

봄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계절이요.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계절이며 무한한 생명력이 용솟음치는 계절이다. 그러기에 봄은 만인에게 기쁨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봄은 환희와 용기를 주는 반면 움츠렸던 마음에 불어 닥치는 갖가지 변화와 수많은 아름다움의 유혹 때문에 자신을 망각하고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쉬운 것도 조심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계절에 나를 지키기 위하여는 몸을 조심해 건강을 지켜야 하고 마음을 바로 하여 유혹으로부터 나를 지켜야 한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 세상에는 새로운 신문명에 적응하기도 어렵지만 건전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지켜가기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밖에 나서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의 영상에 비쳐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도처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카메라와 CCTV, 각종 파파라치들의 활동 등 어느 한곳도 자유로운 왕래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있다. 눈만 뜨면 세상 구석구석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몰래 남에 뒤를 추적해 약점과 허점을 캐내어 마치 그 사람 전체가 잘못된 사람으로 매도를 하고, 각 분야의 이익단체들 가운데는 기회만 있으면 상대를 향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므로 선량한 시민들은 자신이 처할 위치마저 잃고 상처받고 마음아파하고 있음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는데 잘못된 관행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자연이 주는 기쁨마저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어 간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를 의혹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다. 상대의 약점을 노려 반사적 이익을 챙기려 하면,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과오를 은폐시키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면 이는 비굴한 짓이다. 더욱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자기합리화의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이는 철면피와도 같은 것이다. 과연 이러한 난세에 나를 어떻게 지키고 살 수 있을까?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난세에 마음에 자유를 얻고자 한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관을 하며 생각해보자.

정상이 아니면 응하지 않고 원칙이 아니면 나서지 말며 마음을 바로하여 중심을 지키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자비와 포용으로 견지한다면 그 어떠한 역풍과 유혹이 나를 현혹하려 한다 해도 능히 빗겨갈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세상을 부처의 마음으로 보면 두두물물이다. 부처요 의혹의 마음으로 보면 세상사 모두가 부정으로 보인다는 말씀이 새롭게 와 닿는다. 이렇게 중도(中道)의 해탈좌에 홀로앉아 만사 다 접고 있으니 세상 모두가 친구요. 형제요 스승이며 이웃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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