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 우려 목소리 높다 <10. 외국사례>
FTA - 우려 목소리 높다 <10. 외국사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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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 보호막깬 일방적 이익창출
멕시코, 양극화·빈곤 시달려 '모라토리엄' 선언

-미국과의 FTA 기피 현상.

지난 2005년 7월까지 WTO에 통보된 180건의 지역협정중 96년 이후 체결된 것이 120건이며, 이 중에서 미국이 체결한 FTA는 9건에 불과하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FTA인 유럽연합 주도 '유럽식'이나 개발도상국 사이의 '남-남식'에 비해 미국식 FTA는 자본과 투자자의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상대국의 보호 장벽을 깨는 동시에 미국의 보호주의는 철저하게 유지하는 모순적인 일방주의적 협정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식 FTA의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현재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FTA 협상은 도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가 '농업분야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반발해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고, 3월에는 '아랍계 국가에 미국의 기간산업을 넘길 수 없다'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조치에 반발해 아랍-에미리트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카타르가 '무리한 요구를 강제한다며'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고, 5월 중순에는 반대로 에콰도르의 자국산업 보호조치에 미국이 반발하며 FTA 협상을 중단하는 등 지정학적 이유로 본래 미국 경제권에 속해 있던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미국과의 FAT를 기피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NAFTA와 멕시코.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지난 1994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NAFTA가 시행되자 겨우 900쪽밖에 되지않는 NAFTA 협정문이 한 국가의 법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3개국을 지배하게 됐다. 1993년 나프타 체결 과정에서 멕시코 정부는 나프타 체결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 증가와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정부의 이같은 홍보가 국민에게 먹혔고, 당시 집권여당이 다수석을 확보하고 있어 쉽게 체결될 수 있었으며, 실제로 멕시코의 나프타 체결 이후 12년간 수출액은 1993년 518억 달러에서 2127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고,(전체 수출액의 85.7%가 미국 수출로 확대),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는 2033억 달러, 외환보유고도 687억달러로 증가했다. 외형적인면에서 나프타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던 셈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멕시코 정부의 약속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됐다.

1994년 이후 연평균 GDP 증가율은 1.43%로 그 이전의 2~3%대에 비해 현저히 하락해 지난 12년간 중남미 32개 국가중 16위에 불과하게 됐다. 또 전체 경제활동인구 4600만명 중 사회보험을 적용받는 정규직은 1300만명에 불과하고, 취업자 10명중 4명이 최저임금 이하다.

93년 실질임금을 100으로 볼 때 2005년 제조업 실질임금은 72.3에 불과하며, 2004년 최상위 20% 월평균소득이 350만원으로 최하위 20% 가구의 16만원과 20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신규 취업자 10명중 7명이 비정규직이며, 절대빈곤으로 분류되는 인구도 전체의 31%에 이르고 있다. 이 모든 수치가 멕시코 정부의 공식통계임을 감안하면 멕시코의 상황은 통계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외형적으로 경제규모가 몇배로 확대되었지만, 그에 따른 성장은 초국적 자본에게만 거대한 이익을 갖다 주었고, 국민 다수는 양극화와 빈곤에 시달리며 실질 GDP 증가도 미미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동안 외형적 성장에 눈이 멀어 나프타 이후 32개의 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당국은 최근 더 이상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

미국은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 중 700만 명이 정리해고나 기업도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노동조합가입률은 16%에서 13%로 하락했다. 노조탄압의 빌미중 68%가 멕시코로의 공장이전이었다. 또한 1990년대 새로 생긴 일자리의 99%가 서비스 부문에 국한되고 있다.

캐나다는 비정규직이 5%에서 11.6%로 증가했고, 실업자 고용보험 혜택 비율이 87%에서 36%로 감소했다. NAFTA 체결로 캐나다는 유독물을 방출한 에틸사라는 업체에 제소당해 정부가 1300만달러를 보상해야 하는 경우도 당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는 나프타 협정에 묶여 자국 국민과 환경 등을 보호할 어떤 실질적 정책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NAFTA 체결로 인한 멕시코 폐해와 관련, "양극화, 즉 중산층의 소멸은 분명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개방·자유화의 마지막 단계인 미국과의 FTA는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반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양극화로 나락에 떨어진 국민은 역설적으로 그 옛날 독재의 품을 그리워하는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멀리 갈 것 없이 목전에 한·미 FTA를 앞두고 지칠대로 지친 우리의 국민이 언뜻 내비치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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