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구재(四十九齋)
사십구재(四十九齋)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2.03.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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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지난 일요일 아버님 사십구재 의식을 봉행(奉行)하였다. 온가족이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아침 일찍 아버님 위패를 모신 사찰 명장사를 찾았다.

사십구재는 영가(靈駕)가 사십구일 되는 날 이승에 머물지 않고 선악의 응보로 육도의 고락을 받으면서 죽음과 삶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을 끊고 왕생극락하기를 기원 드리는 불교 의식이다. 그동안 아버님 생각에 명치끝이 아려오고 잘해드리지 못한 아쉬움만 남아 있어 마음이 늘 불편 했었다. 이제 정말 아버님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구사론(俱舍論)에 의하면 한 인간의 존재양생은 4곳으로 구분되는데 생명이 결정되는 생유(生有)와 생유로부터 임종직전까지를 본유(本有)라하고 임종하는 찰나를 사유(死有)라 하며 사유로부터 다시 생명을 받기까지를 중유(中有)또는 중음(中陰)이라고 한단다. 따라서 인간은 죽으면 중음의 상태로 얼마동안 있게 된단다. 이 기간에 죽은 이가 생전의 업(業)에 따라 다음 세상에서의 인연, 즉 생(生)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재(齋)를 지내며 다음 생을 위하여 기도하고 좋은 곳으로 가도록 인도 하는 것이 사십구재라는 설명을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 졌다.

사십구재 순서는 스님께서 영가를 초청하여 영단에 모시는 바라춤과 염불의 의식인 시련(侍輦) 부처님의 올바른 법에 따라 부처님의 정법이 무엇인지 설명하며 앞으로 진행할 일을 설법으로 설명하는 의식인 대령(對靈) 영가의 의식을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업장소멸을 바라며 과한 욕심과 억누르지 못하는 화와 어리석음을 끊고 참회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만드는 관욕(灌浴)의 의식에 이어 부처님과 천지신명께 공양을 드리는 헌공(獻供) 의식과 영가를 천도하는 천도재를 지내고 영가를 환송하는 의식을 마친 후 상주를 벗어나 평상인으로 돌아가는 탈상 의식을 봉행하였다.

사십구재가 3시간 진행되는 동안 영가를 위한 바라춤과 승무 그리고 북, 징, 새납, 바라 등의 악기소리는 불자가 아닌 나의 몸과 마음을 울려 천상의 문을 열 것 같은 환희심이 생기게 하였다. 스님의 금강경 독송은 불교적 정서가 깊지 않는 나의 귀를 기울이게 하였고 회심곡과 무상계를 독송하는 구성진 스님의 목청에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을 목울대로 삼켜야했다. 회심곡의 구구 절절한 내용은 가슴 아프도록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동안 불효 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가슴이 메어지는 회한의 시간이었다. 나는 진지하고 경건하였으며 숙연한 마음으로 아버님의 왕생극락을 위해 수 없이 절을 하였다. 아버님을 보내드리는 의식을 봉행하는 동안 내가 정화되었다. 아버님도 이 아름다운 춤과 음악 그리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독송으로 이승의 허망함과 부질없는 집착에서 벗어나시어 열반으로 드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버님의 위패와 금강경을 태워드리는 의식을 하는 동안은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님 부디 이승의 허망함을 잊으시고 마음자리 맑게 하시여 머무는 곳 없는 참다운 곳 본향으로 가시옵소서 하며 합장을 했다.

아버님을 보내 드리고 오는 길은 마음이 가벼웠다. 어머님을 비롯하여 동생들도 모두 편안한 얼굴이다.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서로 상처주고 상처 받고 미워했던 일들이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 바라만 봐도 힘이 된다는 것 사랑도 미움도 다 허망하니 함께 있는 동안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면서 혼자 웃었다. 하늘의 뭉게구름은 흩어졌다 다시모이기를 반복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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