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화병과 발효 한약
어린이 화병과 발효 한약
  • 천용민 <청주 자의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3.1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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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스트레스·서구식 식단 피해야

천용민 <청주 자의한의원 원장>

아이가 놀랬거나 밤에 잠을 못자고 울 때(夜啼) 손가락을 따주려고 내원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놀랄 경우 심포(흔히 마음뽀, 심뽀라고 표현한다)의 기(氣가) 울체 돼 입이 떫고 자율신경의 실조로 소화기능이 떨어지며 불면, 심계(가슴두근거림), 이경(자주 놀람) 등의 심장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 반복될 경우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옛 어르신들께서 중요시 했던 것이다.

지난해 봄 변비(1회/2일)가 있는 아이(女)가 어지럼증과 미식거림으로 내원해 발효한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변비로 인한 장독소(부패가스와 산성노폐물)가 원인이 돼 어지럼, 구역감, 소화불량으로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해 치유가 됐다. 올해 2월 내원했을 때는 어지럼 구역감 외에 가슴이 답답한 증상까지 있었다.

양 유두사이의 전중은 심포의 병을 나타내는 혈자리로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이 있을 경우 누르면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아이의 전중혈과 그위쪽을 살짝 눌렀더니 손을 데지 못하게 하면서 통증을 호소했다. 큰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인한 '어린이 화병증후군'이었다.

아이는 이 외에 소화불량과 속쓰림(신경성 위염. 심하게 되면 산의 식도역류로 이어진다)이 있었다. 시기를 놓칠 경우 주기성을 띄면서 악화가 되므로 초기에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고, 영유아시기 놀람증상에 손가락을 따주는 이유도 병을 초기에 잡기 위함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교감신경이 억제돼 소화불량, 변비 등의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고, 간의 기가 울체돼 짜증과 한숨, 담즙분비감소, 위산증가로 인한 속쓰림이 나타난다.

혹 아이가 서구식 식단을 즐길 경우 증상은 더욱 좋지 않다.

고단백 고지방식은 산을 더욱 증가시키고 변비를 유발하며, 위와 장의 가스를 증가시켜 심와부(명치아래부분)를 압박해 가슴답답증을 악화시킨다. 치료는 심(心)소장 심포(心包)의 기를 뚫어주는 자락술(손가락따줌)과 심포를 푸는 침치료, 발효한약의 처방을 했다.

성장기 화병의 양상과 원인은 다양하다.

원인은 정신적인 것으로 부모의 맞벌이,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 지나친 경쟁, 가정불화, 학교폭력 등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면서 증상으로 그 신호를 알리게 된다. 여아가 남아보다 발생하기 쉽고, 생리를 하는 연령일 경우는 더욱 복잡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친구와의 관계로 인한 울화가 생긴 여학생으로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증상이 있었고, 대인기피, 불안초조, 어둔(마음의 조급함으로 인해 생각보다 말을 먼저 하려 하기 때문에 생김), 건망, 잘놀람 등의 정신증상까지 있는 환자가 있었다.

담허(대담하지 못하다)하거나 심심포허(心心包虛: 소심하다. 심뽀가 약하다는 의미)한 아이가 스트레스를 잘 받고 스트레스 저항성이 떨어지며 울증(우울증도 포함)과 화병에 노출되기 쉽다. 이 아이는 생리전 짜증과 한숨, 유방통, 복부가스참의 증상이 있었고 생리불순, 생리통, 배란기증후군까지 있었다.

막힌 간기(肝氣)와 심포의 기를 푸는 침과 사혈요법을 했고 발효한약을 투여했다.

발효한약은 대장의 숙변과 장독소(엔도톡신)를 제거해 간독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혈액을 정화해 심장의 화로 인한 열증상을 가라 앉히는 작용을 한다.

수차례 침치료를 하면서 많이 호전이 돼 말도 잘하고 움추려진 증상이 좋아졌다.

다만, 울증이 호전되면서 외부로 표출하는 분노와 폭발의 증상이 나타나게 돼 현재는 이 증상을 치료 중이다.

영유아나 초등생의 경우 자각적으로 화병 증상을 알수 없기 때문에 부모와 주변 사람의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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