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몰살, 친박 득세
친이 몰살, 친박 득세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3.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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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꼭 4년전 이맘 때다. 당시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 출마할 충북지역 공천자를 속속 발표하고 있었다. MB정권 초기 정치적 격변기였고, 당내에서는 대통령 경선에 따른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다.

정권을 등에 업은 권력자 친이계가 공천 칼자루를 쥐었다. 충북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구성 등 정치 토양자체가 친박계였고, 지역구를 관리하던 당협위원장들도 친이(親李)과 친박(親朴)가 수적으로는 최소한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공천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8개 선거구중 제천·단양의 송광호 전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친이계가 싹쓸이했다. 충주의 윤진식, 청주 상당 한대수, 청주 흥덕갑 김병일, 청주 흥덕을 송태영, 청원 오성균, 보은·옥천·영동 심규철, 증평·진천·음성·괴산의 김경회 등이었다.

친박계는 '공천학살(公薦虐殺)'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청주 흥덕갑과 을이었다. 현역 당협위원장이었던 윤경식과 김준환은 자리를 빼앗겼다. 반발이 심하자 중앙당은 1주일만에 '공천번복'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윤경식 위원장이 김병일 후보의 공천장을 다시 빼앗은 것이다.

청주 흥덕을에서는 김준환 위원장이 송태영 후보의 도전에 결국 물러나 친박연대로 총선에 나서게 된다. 계파간 갈등으로 탈당 출마 등 후폭풍에 휩쓸리면서 한나라당은 송광호 후보만 승리를 거둔채 대패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버렸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공천작업을 보면 친박의 득세가 충분히 예견된다.

우선 단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제천·단양의 송광호 의원이나 청주 상당의 정우택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박이다. 여기에 지난 5일 발표된 2차 공천결과 경선지역으로 분류된 곳에서도 '친이 몰살 친박 득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컷오프를 통과해 2배수로 압축된 청주 흥덕을에서는 김준환·오장세 후보가 경선을 치른다. 현역 당협위원장으로 이명박 정권 창출의 지역내 대표적 공신(功臣)으로 불렸던 송태영 위원장은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친박이라는 설움을 받으며 4년전 당을 떠났던 김준환 변호사는 극적으로 등장했다.

보은·옥천·영동도 친박으로 분류되는 박덕흠 후보와 친이인 심규철 당협위원장이 맞붙는다. 중부 4군 역시 증평을 기반으로 하는 친이 성향의 김수회 후보가 컷오프에서 떨어졌다. 역시 친박인 경대수와 김영호 후보가 경쟁에 나서게 됐다.

경선방식은 일반인과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1500명의 직접투표로 이뤄진다고 하나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나 지역구 관리 등으로 볼때 이미 친박쪽 후보의 우세가 각 지역마다 점쳐지고 있다. 물론 전략지역인 청주 흥덕갑이 남아 있고, 청원지역에 대한 공천방식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청원의 친이인 오성균 당협위원장이 공천장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이번 공천은 청주 흥덕갑의 윤경식 당협위원장의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선택해 잠시 관심을 갖게 만든 것외에는 친박·친이간의 18대 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역의원 지역구를 경선지역으로 분류, 흥미라도 한번 갖게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새누리당은 당 이름과 정강 정책 방향을 함께 바꾸었다. 그러나 새 정책을 실현할 새 인물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시중의 관심이 누구 목이 날아갔다는 쪽으로만 흐르는 것이다.

그래도 한 두곳의 공천이 기다려진다. 충북에서도 '감동있는 공천'을 찾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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