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에서 배운다
잡초에서 배운다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 사무국장>
  • 승인 2012.03.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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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 사무국장>

아침 예배를 서두르시는 어머니를 교회까지 모셔다 드리고 소방서 앞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리막길 정면으로 너른 청정벌판이 한눈에 들어오자 미끄러지듯 솔방죽생태공원으로 들어섰다. 둔덕진 맨땅 위로 낮게 엎드린 로제트(Rosette) 식물들이 눈에 띈다. 로제트는 작은 풀들의 겨울나기 형태의 하나를 말한다. 여러해살이 풀들이 겨울을 넘길 때 가을부터 틔운 잎을 활짝 벌려 땅에 붙이고 있는데, 장미꽃(rose)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을 나는 상록수도 잎을 작고 두껍게 하는 것으로 추위를 이겨내는가 하면, 낙엽수들은 여름 내내 달고 있던 잎을 가을부터 떨어냄으로 겨울을 난다. 일년초는 씨앗의 내구성으로 겨울을 버티고 봄이 되면 뿌리를 내려 씨앗을 틔운다. 겨울은 추위와 건조에 약한 식물에는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지만 겨울을 이겨내는 식물들에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물은 그 생물의 생존전략이 성공한 증거이니, 여린 풀들의 지혜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혹한과 눈 덮임 속에서도 당차게 견디는 야초들이 털모자에 목도리까지 둘둘 감고도 시린 손으로 카메라를 꺼내 든 내 모습을 올려다 본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선거의 해이다. 여느 해 보다 더 복잡하고 소란스러울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묻혀 있던 많은 부정과 부패가 파헤쳐지고 추악한 비난과 음모론들이 좌우 상하 권력의 힘겨루기를 통해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수많은 말 잔치, 앞다투어 내어놓는 인기성 정책, 소위 포퓰리즘들로 민심조차 어지럼증을 느끼는 세상이다. 우리는 또 수많은 지역개발과 민생 발전 정책들을 듣게 될 것이며, 그것들이 나의 경제지표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점치게 될 것이다. 정녕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초하고 있는 공약인지, 이행 가능한 공약인지, 인기성 정책이나 표심 정책인지를 가려내는 과제도 시민의 몫이 된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에 몰입되어 있건 멈추지 않는 것이 바로 지구환경 위기의 시곗바늘이다.

환경재단은 지난해 9월 한국의 환경위기시계를 '9시59분'으로 발표했다. 환경위기시각은 0시부터 12시까지 표현하며 12시에 가까울수록 위험한 상황이다. 환경위기시계는 지구환경 파괴에 따라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한 것으로 0~3시는 좋음, 6~9시는 보통, 9~12시는 위험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환경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명진 스님에 의해 다시 한 번 세간에 관심이 쏠렸던 이스터섬의 몰락이 생각난다. 이스터섬에 사람이 처음 정착할 당시에는 무성한 아열대 숲과 다양한 동물군을 가진 원시적인 파라다이스였다.

그러나 인간이 정착하면서 숲이 파괴되어 급기야 15세기에는 섬을 덮고 있던 야자나무와 숲 전체가 사라졌다. 그것은 '모아이'라고 하는 석상을 세우려고 나무를 남벌해서 숲이 파괴되었고 숲이 자라면서 이스터섬의 문명도 몰락했다는 것이 연구가들에 의하여 밝혀졌다.

주변 환경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깨닫지 못했던 '작은 지구인들' 이스터섬 사람들의 몰락은 지구환경 미래와 연관지어 중요한 경고의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우리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해'이다. 한번 변환된 에너지는 그것을 다시 사용하려고 다른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서는 되돌릴 수 없다.

즉 파괴된 자연환경은 결코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환경과 지구자원의 문제를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잡초가 로제트로 겨울을 살아내는 지혜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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