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누가 책임지냐고요?
학생들 누가 책임지냐고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3.05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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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된 이후 첫 주말을 보냈다. 각 학교마다 토요프로그램이 달라서인지 첫 주말을 보낸 학부모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 중 대부분의 부모들은 '큰일이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도대체 주말을 뭘 하면서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자녀들의 주5일 수업에 적응이 안된 탓인지 워킹맘도 전업 주부도 모두 아이가 집에 있어 힘들다고 말한다. 이틀동안 아이들과 집안에서 복닥거리는 것도 힘든데 끼니도 걱정해야 하고, 학교 안가고 집에 있으니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릴까봐도 걱정이란다. 아무 대책없이 주말을 보내고 나니 앞으로 매주 돌아올 토요일이 덜컥 겁이 난단다.

이런 걱정은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더 큰 고민이다. 어리면 그나마 부모님의 말이 통지만 머리가 커질수록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밖으로 돌아치니 부모의 말이 통할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리마다 문패 건 PC방은 청소년들을 흡입하며 또 다른 폭력과 사회문제로 확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실제 주5일 수업제 첫 주말 PC방에는 절반가량이 앳된 청소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PC방을 찾은 청소년들은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보다 PC방이 편하다고 말한다. 저소득층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토요학교에 참여하는 것부터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었지만 준비가 미흡한 상태여서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서둘러 준비한 학교에서만 일부 참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뿐이다. 교사들의 학교업무는 줄어든 게 아니라 늘어난 꼴이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가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의 초·중·고교생의 8.8%(61만8251명)만이 해당 학교의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한다. 참여자가 턱없이 적었던 까닭은 학생들이 토요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고 홍보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3~4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학생들에게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주5일제 수업 시행 첫 해라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다고 감안해도 학부모들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학교가 책임져 주었던 아이의 교육이 가정에 갑자기 떠맡겨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테고, 학원과 같은 전문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할테니 말이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한숨은 괜한 것이 아닐게다.

이 처럼 교육시스템 하나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보며 참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것이 사회임을 체감하게 된다. 하나가 변하기 위해 또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에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일이 아니다. 차제에 학교에 맡겨두고 뒷짐지고 있던 학부모들이 교육의 본질을 더 깊이 생각해 볼 시기다. 과거처럼 돈만 벌어 자식 교육시키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만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다.

주5일제 수업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가족 중심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아이들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공방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는 내 아이를 위해서, 학교는 교사로의 책임을 다하여, 사회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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