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
봄맞이 대청소
  •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03.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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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이사하면서 묵었던 짐들 속에 찌든 때를 씻어내고, 먼지를 털어내고, 곰팡이를 닦아내면서 마음까지 시원하고 상쾌함을 느꼈다. 이사할 때마다 공간이 좁아 빛을 보지 못하던 빛바랜 고서(古書)들이 박스에서 나와 오랜 때를 씻고 서가에 꽂힐 때 미소를 보내는 것처럼 빛을 바랬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을 지키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집 안에 곰팡이를 제거하는 일이다. 모세 율법의 '묵은 누룩을 너희 집에서 제거하라'는 명령을 수 천년 동안 지키면서 집집마다, 건물마다 구석구석 작은 곰팡이라도 없게 하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만큼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마음속에 곰팡이까지 씻어내려는 의도일 것이다.

새봄을 맞이하며 우리도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 어떨까?

겨우내 입어 때가 묻은 옷가지는 세탁을 하고, 깊은 장롱 속의 물건들을 끄집어내서 바람을 쐬고, 그릇도 깨끗이 닦아보자. 마음까지 상쾌해질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내 영혼을 좀먹는 게으름과 깨끗하지 못한 습관과 구습도 끊어내고 씻자. 세상에 내 영혼만큼 소중한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영혼이 병들면 매사가 뒤틀린다. 아빠 노릇도 엄마 자격도 잃게 되는 것이다. 가정을 병들게 하는 곰팡이는 없는가? 세파에 힘들다는 핑계로 가정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가?

자녀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데도 세월을 탓하며 방관만 하지는 않았는가? 또 내가 속한 공동체에 곰팡이는 없는가? 직장과 동아리 속에서 내 문제에 매몰되어 다른 이들의 아픔 따위는 아랑곳 않는 무관심과 이기주의, 나만 괜찮으면 다 됐다는 무책임의 곰팡이가 있다면 이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제거할 누룩은 없는가?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누룩을 주의하라'(마태복음16:6)고 하셨다.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지도층의 만용의 누룩도 버려야 한다. 사회 정의라는 미명하에 높은 자에게는 관대하고 낮은 자에게는 엄격한 횡포의 누룩을 제거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준이 공평치 못한 늘렸다 줄였다 하는 정의의 불합리한 잣대도 버려야 한다.

낮은 자에게, 없는 자에게, 갖추지 못한 자에게 애정과 사랑과 배려가 베풀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순수한 사람, 깨끗한 영혼이 이 사회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욕망과 욕심과 야망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과 이웃의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자기를 버릴 줄 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말로 허장성세하는 딱따구리가 아니라 부지런한 농부와 같이 땀과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일꾼이 필요한 세상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사를 하면서 손과 얼굴을 여러 번 씻었다. 코 속에, 입 속에 눈가에 날려서 묻어 있는 먼지와 곰팡이를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몇 해 전 신종플루로 온 사회가 고통을 당할 때, 그 예방책이 너무도 간단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루에 여덟 번만 흐르는 물에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선진국 문턱에 이른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의식은 후진성을 벗지 못한 것은 아닐까?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다. 마음의 찌든 때, 영혼의 묵은 누룩, 사회를 썩게 하고, 냄새나게 하는 나쁜 습관, 더러운 중상모략, 내 것만 중요시여기는 이기주의, 특권의식의 누룩을 씻어내자.

새봄을 맞아 대청소를 해보자. 집안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의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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