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봄바람이 불면 '술술' 넘어가는 책장
'솔솔' 봄바람이 불면 '술술' 넘어가는 책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3.0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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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윤위 '3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만물이 생동하는 3월이다. 완연한 봄의 시작 속에 새로운 계획 속에 새학기를 맞는 달이기도 하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문학, 역사, 아동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한국문학에 내린 '축복'이란 찬사를 받던, 지난해 세상을 뜬 故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박완서, 문학동네), 서양 고전 50편을 소개하며 책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깊게, 재밌게,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고전의 유혹'(잭 머니건/오숙은, 을유문화사), 경제학자인 공저자가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학문인 경제학이 인문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전하며 인문학 서재에 있는 신화, 역사, 문학, 예술, 철학 책에서 경제학을 찾아 들려주는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김훈민, 박정호, 한빛비즈) 등이 선정되었다.

추천위원들의 도서 추천으로 3월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 가끔은 제정신/허태균/쌤앤파커스

"착각은 자유다"라고 한 사람이 외친다. 누구든지 착각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좋은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자유는 착각이다"라고 한다. 자유주의자의 주장에 독재자가 답한 내용이다. 물론 누구든지 첫 번째 세상에서 살고 싶다. 심지어 착각까지도 자유로운 곳이니깐.

실험실에서 쥐에게 어떤 행동을 하면 먹을 것을 준다. 그 행동을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먹이를 준다. 그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쥐는 결국 먹이가 나오는 그 행동만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쥐가 하는 행동과 관계없이 먹이를 줘보자. 그러면 쥐는 무작위로 먹이가 주어질 때 행동에 관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할까 어떤 행동을 보일까 쥐가 처음 행동했을 때 먹이가 주어졌던 바로 그 행동을 반복한다. 처음 행동과 먹이가 연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부적과 점을 믿는 것은 같은 이유로 착각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혹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 고전의 유혹/잭 머니건/을유문화사

어려운 고전에 대한 길잡이를 자처하는 책은 많지만 잭 머니건의 '고전의 유혹'만큼 유혹적인 책은 드물다. 저자는 "위대한 책들에 담긴 유머와 드라마, 모험, 섹스, 신랄함, 우아함, 비극, 아름다움"에 우리가 마음을 열도록 이 '휴대용 도감' 속에 온갖 비결과 팁을 내장해놓았다.

명작 읽기의 몇 가지 비법은 물론이고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유식한 사람들이 떠드는 '오래된 소문'과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알아두면 유익한 것, 그리고 최고의 구절과 성(性)스러운 이야기와 건너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준다. 또 위대한 책들을 진정 중요한 책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유쾌한 고전 읽기 가이드를 좇아서 한 권씩 독파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고전 교양의 정수에 도달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고전 기피증'이나 '고전 부담증'에 시달리는 독자라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볼 만한 유혹이다.

◇ 기나긴 하루/박완서/문학동네

박완서 작가 사망 후 1주기를 맞아 출간된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 1970년 40살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40여년 동안 언제나 현역작가였던 박완서의 흠 잡을 데 없이 자연스러운 '천의무봉(天衣無縫)'적 글쓰기(김윤식)나 무엇이든 자유자재로 빚어내는 '장악(掌握)'의 글쓰기(신형철)가 지닌 실체를 재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박완서 문학의 종합편 같은 작품이다. 대표작인 '엄마의 말뚝1' 이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연관되는 박완서 문학의 원형질이나 고갱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완서 문학의 '마지막'과 '처음'이 우연인 듯 필연으로 만나는 문학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원한'이나 '억울함'이라는 문학의 출발점을 확인시켜 주면서, '증언'이나 '징벌'을 위한 '기억의 글쓰기'라는 형식을 통해, 어떻게 '돈'이나 '일상'을 환상 없이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주제가 동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수달이 오던 날/김용안/시공주니어

이 동화는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수달 연구센터로 옮겨진 생후 두 달 된 새끼 수달에 대한 연구원의 관찰기 형식의 그림책이다. 새끼 수달이 연구원으로 옮겨진 5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성장 기록에는 수달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연구센터 실내에 거주하다가 차차 뒷마당으로, 넓은 연못과 굴이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우유, 피라미를 먹다가 스스로 물에서 송어를 사냥하여 먹는 모습은 수달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에게 수달의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것이다.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연구센터에서 지내게 된 새끼 수달의 성장 과정을 한편으로는 사실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온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에 대해 지적 호기심과 함께 그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줄 것이다.

◇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오경아/샘터

이 책은 그 6년의 비망록이자 늦깎이 학업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이라고 했다. 휴가지는 잉글랜드 북서쪽에 자리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이 곳에서 둘째 딸과 지낸 2주간의 경험을 정갈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책의 미덕은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와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고향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낯선 정원'이다. 저자가 이 곳을 선택한 것은 내셔널 트러스트 창립자인 론슬리가 자연보호운동을 펼친 현장이기 때문이다.

책을 받쳐주는 힘은 '엄마를 만나다' 부분이다. 이곳에서 저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와 지금 한창 독립을 꿈꾸는 딸과 대화한다. 문득 딸이 던진 한 마디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엄마는 모든 얘기에 교훈을 담으려고 해. 대화는 그냥 얘길 하는 거야" 딸의 성장을 보는 기쁨도 있다. "한국에 들어갈 때는 왜 왔냐고 묻지 않는 조국이 있다는 것,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 이런 성찰적 삶은 내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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