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별
아들의 이별
  • 정규영(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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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청주 중앙동)

"꽝"

현관문의 둔탁한 닫힘소리에 기분이 언짢아 아들에게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아들의 얼굴을 보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덩치는 나만한 녀석이 입을 꾹 다문 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게 아닌가.

"너, 왜그래? 무슨 일이야? 엉, 말해봐 말해야 알지" 아들은 내 물음에는 대꾸도 없이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 후에야, 진정 됐는지 나에게 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 눈물의 진원은 담임 선생님과의 헤어짐이었다. 아니. 한 두 번도 아니고 벌써 내리 5년을 겪으면서도 아들은 이별을 감내할 수가 없나 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감수성이 예민해 작은 거 하나에도 툭하면 눈물 바람인 아들이라 걱정 반 속상함 반이었다.

이번 담임 선생님과는 정이 더 남달랐던 건 사실이었다.

에미인 나보다 더 살갑게 보듬고 쓰다듬어 주고 아이에 대한 가능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섭게 야단도 치면서 친누나처럼 우스갯 소리외 아이들의 관심사인 아이돌까지 두루 꿰차고 계셔서 더 스스럼없이 지냈던 것같았다.

혼날 일이 있음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차분히 시간을 갖고 아이는 그시간 동안 약속한 분량의 명심보감을 필사하면서 반성을 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서로 감정을 다스리는 그 방법이 사제지간이 더욱 돈독해진 이유중 하나였다.

요즘 사제지간이 예전 같지 않다 . 교사의 권위가 어쩌니 하는 말들은 많지만 이 젊은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느낀 바는 권위는 군림하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바라볼 때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

구태의연한 사고의 윗사람에 맞서 제 자식인냥 감싸안고, 그 아픔에 눈물 흘릴 때 어린아이도 저절로 스승의 힘에 고개숙이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누군가.

그 옛날 부처도 '천진불'이라 하지 앟았던가.

어린아이의 솔직한 눈이 가장 큰 무서움이길 깨닫는 순간이 이 사회에 빨리와 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들녀석이 선생님과 헤어짐을 그리 슬퍼하는 데는 순리적이지 않은 타인에 의해 떠밀려가는 듯한 제 선생님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힘없는 이 에미는 어떤 위로의 말도 내 아들의 상처난 가슴의 구멍을 메어주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꿰맨 자국처럼 흉이 있겠지만, 그 흉터 역시 더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지는 걸 위로 삼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의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더라도 비겁하게 숨지 말고 견뎌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더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아들에게 그 시간을 견디라고 달콤한 초코렛을 하나 선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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