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공어(貢魚)이야기
의림지 공어(貢魚)이야기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2.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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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일요일이라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었다.

마침 딸아이가 공어를 사달라고 졸라대 아내와 함께 의림지에 갔다. 여러 날 지속된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은반의 호수 위는 정오의 햇살에 눈이 시렸다.

얼음판 위에는 휴일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댔다.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모산골에 울려 퍼지며 한겨울의 정취를 드높이고 정겹게 거니는 젊은 연인들의 다감한 모습은 아름다운 사랑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는 또 강태공들이 '겨울 호수의 요정' 공어 잡이에 열중하며 낚시의 三味를 즐기고 있었다.

솟아오르는 찌를 쳐다보는 짜릿한 눈맛, 손끝을 간질이며 입질하는 야릇한 손맛, 통째 입안에서 살살 녹아나는 감치는 입맛. 그야말로 겨울의 진객 공어가 아니고 낙낙장송이 드리워진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의림지가 아니고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공어는 차디찬 얼음밑에 떼지어 다니며 사는 길이 5~10cm 정도의 물고기이다.

냉수 성어류 이기에 여름과 가을에는 수온이 낮은 호수바닥에 숨어 산다. 그래서 이때는 사람눈에 띄지 않게 된다.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얼음 밑까지 올라와 봄산란기를 준비하느라 왕성한 먹이 사냥을 한다.

공어는 대부분 1년생으로 이른 봄 산란을 한 후 날씨가 따뜻해지면 곧바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일생을 마치게 된다.

공어는 연한 회색 바탕에 몸이 가늘고 길며 입은 뾰족하고 아가미에서 꼬리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에는 은백색 세로줄 하나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으며 뱃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해서 공어(空魚)라고 불리어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설에는 옛날 임금께 진상되어져서 공어(貢魚)라 불렀다고도 한다.

그외 빙어(氷魚), 동어(冬魚), 벵어란 별칭이있다. 또 오이맛이 나기 때문에 흔치않게 과어(瓜魚)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공어는 원래 한반도 북반부의 일부 하천에만 서식했는데 이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1920년대 함경도 용흥강에서 채취한 공어알을 이곳 의림지에 이식 방류하면서 전국적으로 펴지게 되었다고 한다.

각지방에 흩어져 오랫동안 그곳 환경에 순응되어 가게 되면서 잡히는 곳에 따라 그 모습과 색깔에 약간의 차이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도 지방에 따라 각각인 것 같다.

지금은 이곳 의림지에서 잡히는 것만 공어(貢魚)라 부르고 다른 지방에서는 대체로 빙어(氷魚)라 불려지며 미식가의 입맛을 유혹하는 별미로서 그 지방의 훌륭한 겨울 관광상품으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화에 못 이겨 얼음 호수위를 신들린 듯 한참을 질주했더니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등에서 땀이 베어났다.

오랜만에 신나게 달리고 뛰어본 동심속의 뜀박질인지라 이내 피로와 시장기가 돌아 주위에 있는 강태공을 찾아 공어를 주문했다. 얼음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손으로 집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우러나는 특유의 향긋한 오이내음과 깻잎이 조화를 이뤄 맛의 도원경을 자아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아내는 비위가 상해서 못 먹겠다고 하는데 딸아이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냉큼 집어 입에 넣고 맛있다고 사각사각 씹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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