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윤리
동물실험윤리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2.0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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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아침에 전자편지가 왔다. 새해인사와 함께, '2012년도 국립○○과학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정기회의 및 2011년도 동물실험실태 조사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2011년도 위원회 운영실적을 2월 29일까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반인에게는 매우 생소할 것이다.

도대체 동물실험윤리라니 무엇을 말하는가?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동물실험을 했지만, 이제는 반드시 윤리적 항목을 검토해야 한다. 그것도 인간에 대한 윤리가 아니라 동물에 대한 윤리로, 실험대상이 되는 동물을 인간이 얼마나 잘 고려하고 대우했는가를 묻는다. 함부로 동물을 실험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권이 아니라 이른바 '동물권'에 대한 언급이다. 착각하면 안 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의무를 동물권이라 부른다.

인권도 다 챙기지 못하는데 동물권이라니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윤리적으로 했는가를 묻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그 시험을 인정하지 않도록 되어있다. 윤리적이지 않은 동물실험은 실험내용의 좋음과 상관없이 옳은 실험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좋고 나쁨에서 옳고 그름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옳고 그름을 묻는 것이 바로 '윤리'이다. 불임을 실험하기 위해 멀쩡한 여성을 시험대상으로 삼았다면 우리는 그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아무리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릇된 시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윤리위원회를 통과하지 않은 시험은 더 이상 자료로서 가치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제규격이 이러니 우리나라도 서둘러 이에 맞추기 시작했다. 윤리위원의 특별한 자격은 없지만 대체로 교수나 연구원이 많이 한다. 대신 국립수의과학연구소에서 가벼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동물실험윤리의 내용은 사실상 간단하다.

첫째, 바꿀 수 있는가? 반드시 동물을 써야 하는가? 다른 것을 쓰면 안 되는가?

둘째, 줄였는가? 동물의 개체수를 쓸 데 없이 많이 쓰지 않는가? 열 마리면 될 걸 스무 마리 쓰는 것 아닌가?

셋째, 잘 보냈는가? 실험이 끝난 후 적당한 방법으로 안락사를 시켰는가? 고통을 최소화시켰는가? 언제까지 실험을 끌 것이며, 언제 마침내 죽일 것인가?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토끼복장을 하고 데모하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모든 화장품의 독성실험을 토끼눈에 하기 때문이다. 시위대와 함께 걷는 토끼는 그래서 늘 울고 있다. 토끼대신 달걀(수정란)을 써도 된다고는 하지만 미덥지 않아 아직도 살아있는 토끼눈에 하고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한두 마리면 될 것을 공연히 열 마리씩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죽일 때도 이산화탄소(CO2)로 죽인다. 작두로 목을 베는 것이 제일 고통이 덜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죽이는 사람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 이것을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원칙이라고 부른다.

'동물윤리'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피터 싱어는 이러한 새로운 반성으로 유명철학자가 되었다. 그는 우리가 동물을 학대할 어떤 권리도 없다면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개는 먹더라도 패죽인 개를 먹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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