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라는 허약한 자의 도구
무기라는 허약한 자의 도구
  •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2.0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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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인류사에 있어 불행의 씨앗이 된 두가지 발견을 꼽으라면 나는 선뜻 철(鐵)과 화약을 꼽습니다. 둘 다 인간의 삶에 유익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기의 개발로 이어지면서 누군가에게 비극이 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근대 국가들은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 그 무기를 쓸 줄 아는 군인이 얼마나 되느냐가 강대국이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이 아직도 남아서 세계 각국이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코 무기는 강한 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철없을 때는 몹쓸 생각도 많이 해서 괜찮다는 도검이나 손질 제대로 된 총에 매혹당한 일도 없지 않으나, 이제는 분명히 압니다. 무기라는 것이 허약하고 천박한 자의 비겁한 도구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것이 지니고 있는 파괴력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을 움켜쥔 자들은 그걸로 안심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한 이 몹쓸 도구의 속성을 끝까지 살피면 두려울 것도, 그걸 가졌다고 안심할 것도 없음을 누구라도 볼 수 있고,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이 얼마나 처량한지, 그 손의 주인이 얼마나 황량하고 처량한지도 함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야생동물은 쇠의 냄새에 민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민감할 뿐만 아니라 본능적인 두려움도 동시에 갖고 있어서 가까이 가기를 몹시 꺼려합니다.

나는 이것이 인류가 철을 어떻게 대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태도로 봅니다. 어떤 것으로 다른 누구, 또는 무엇인가를 해치는 데 쓰지 않을 줄 아는, 그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그런 용도로만 사용할 줄 아는 차원높은 인식을 깨어있는 영성(靈性)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에 보면 칼과 창을 녹여 농기구를 만든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지만 인류의 정신은 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무기를 선호하던 시대의 유치함을 말할 줄 아는 시대가 반드시 올 거라고 봅니다.

이런 영성의 확보는 이미 과거부터 있었고, 현재에도 면면히 이어지며 사람들의 재산으로 남아있지만 대부분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 뿐임도 함께 봅니다.

더구나 이 무기 경쟁이 그와 비슷한 천박한 경제논리와 뒤섞이면서 아주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어지러움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인식의 혼란, 이런 자리에서 차원높은 정신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인류의 지구상에 존재할 의미도 이유도 없는 것, 베르베르가 '인류는 아직 지구라는 생명공동체 안에 적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종(種)이라'고 말하는데 이 또한 인류의 영성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암시하는 하나의 좋은 지표라고 봅니다.

무기를 부숴 이기로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인류의 정신, 이것이 바로 생태적 도구사용의 길일 터. 아직 아니라고 현상의 표면만 볼 일이 아니고, 흐름의 큰 줄기를 붙들고 나아가야 할 길을 놓치지 않는 것이 슬기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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