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봄맞이
  •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 승인 2012.02.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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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겨울의 찬 바람과 따뜻한 봄볕이 만나는 요즘입니다. 이제 들판을 바라보면, 겨울에 납작 엎드렸던 새 생명의 희미한 숨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또 학생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니, 가까운 봄의 맥박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처럼 자연이 새 봄을 맞이하듯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첫 일정은 지난 학기를 마무리하는 종업식입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한 해를 함께 지나온 것에 대해 서로 감사하고 축하하는 인사를 나눕니다. 특별히 이번 학기의 종업식에는 스무 해 동안 근무하시다가 다른 학교로 가시게 된 선생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아쉬워하는 학생들 앞에서 그 선생님은 근무하시던 모든 순간과 모든 만남이 성모님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말씀하시며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분은 겉보기에 고된 업(業)처럼 느껴지는 학교생활이 하느님과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이와 함께하는 복된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셨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학년의 담임선생님을 알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아쉬운 마음을 간직하고 기대와 설렘으로 담임선생님을 반겼습니다. 한 분 한 분 담임선생님이 밝혀질 때마다 터지는 학생들의 환호가 새 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생생한 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삶의 새로운 자리로 옮아가는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도 있었습니다. 먼저 학생들을 위한 미사가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졸업식이 이어졌습니다. 졸업생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교장 신부님이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이 졸업식의 백미였습니다. 밖에서는 경찰차가 사뭇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졸업으로 삶의 한 매듭을 짓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단상 위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 것이 어색해 후닥닥 내려오는 학생도 있었지만, 그동안 학교에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을 천천히 되새기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종업식과 졸업식을 통해 학교는 새 봄맞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우리는 봄맞이를 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불신(不信)으로 얼어붙은 시대가 춥다고 하면서도, 역시 불신으로 외적 규제와 처벌의 잣대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워져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자신을 내어주는 것은 거부하는 갈라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리스도교인들은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수난, 죽음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는 회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부당한 폭력의 희생자, 모든 것을 다 내주신 그분은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영원한 생명, 참된 봄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의 환호가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하는 여러분, 함께 새 봄 맞이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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