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된 0~2세 무상보육 정책
뒤죽박죽 된 0~2세 무상보육 정책
  •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원>
  • 승인 2012.02.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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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원>

오는 3월부터 0~2세 영유아의 보육료 지원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무상보육이 추진된다. 국민들의 보육비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책임 하에 우리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때문에 0~2세 영유아의 무상보육은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은 참으로 졸속적이고 무계획하다. 국가의 정책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올해 확대되는 영유아 보육사업은 '5세 누리과정'과 '0~2세 영유아 보육비 지원'으로 나뉜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아 중 소득하위 70%까지만 주던 보육비를 전 계층으로 확대해 월 2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0~2세 무상보육은 소득하위 70%까지 지원하던 어린이집 보육료를 오는 3월부터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5세 누리과정이 준비과정을 거친 반면 0~2세 무상보육은 급조됐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 때 한나라당이 민생예산이라며 3698억원의 0~2세 무상보육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끼워 넣어 증액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키지 못한 보육분야 공약을 임기 마지막 해에 일정부분 이행하고, 또 올해 치러지는 선거도 염두에 뒀음직하다.

계획도 없는 국비 예산이 먼저 확보되자 정부는 증액된 보육료를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예산 확정 이후에 그대로 추가 보조내시 했다. 이러다 보니 원칙도 없고, 앞 뒤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먼저 보육에 대한 원론적인 이해 부족이다. 태어난 후부터 2세까지 영유아기는 아기의 발달과정에서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OECD에서는 이 시기의 영아를 가정에서 양육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양육수당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양육수당 대신 보육료를 지원함으로써 부모 품에서 자라야 할 영아들을 어린이집으로 내몰도록 등 떠미는 꼴이 됐다.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려면 5세 누리과정에 이어 순서대로 4세아에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 5~3세아는 어린이집 이용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고 0~2세아는 양육수당을 지원해 가정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자치단체들의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도 없고 새로 신청하는 영아들의 수가 얼마나 될지 예측도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확히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지방비 분담액을 마련해야 한다.

5세 누리과정은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반면 0~2세 무상보육은 40~50%를 자치단체 부담으로 떠넘겼다. 충북의 경우 전체 0~2세아 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할 경우 최대 800억원의 지방비(도비 400억원·시군비 400억원)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만한 예산확보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뿐더러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0~2세 무상보육 추가소요액을 국비에서 지원하고 내년부터 보육료 국비 분담률을 50%에서 90%로 높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시설의 수용능력이 감당할지 의문이다. 현재 도내 1133개 어린이집 취원율이 80% 정도인데 0~2세 영아가 모두 어린이집에 간다고 가정하면, 수용능력이 부족해진다. 단기간 내에 시설보강이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보육교사 충원은 더더욱 큰 문제다. 0~2세의 경우 큰 아이보다 보육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양성된 보육교사는 한정돼 있다.

보육교사들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육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보육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실을 외면한 정치적인 접근과 활용으로 졸속이 된 영유아 보육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앞으로의 보육정책은 반드시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바탕으로 추진돼야만 한다. 다음 정권에서는 꼭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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