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선거후유증
문화예술계의 선거후유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2.15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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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 부장>

올해는 국가의 미래를 진단해 볼 수 있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4월로 다가온 총선탓에 벌써부터 도심의 건물은 홍보 현수막이 장악한 느낌이다. 사활 건 후보자들의 전략만큼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우려는 비슷하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며 가져올 선거후유증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감정으로 인한 균열이 얼마나 큰 불신으로 작용했는지 절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치와는 전혀 다르지만 충북에선 작은 선거전이 치러졌다. 새해를 맞으면서 문화예술계 단체장과 협회 회장단들이 선거를 통해 대거 교체됐다.

일각은 추대로 또 다른 일각은 경선으로 치러지며 새인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예년과는 달리 50대 인물들이 신임 회장단으로 대거 입성하면서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선 정책과 활동력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 이면에는 선거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모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투서는 근거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선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예술계의 현실과 심각한 선거후유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더구나 해묵은 협회의 불만까지 적나라하게 고발되는 등 내부 문제가 불거져 사실여부를 떠나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모 단체장 선거에선 선거 전부터 뒷말이 무성해 회원들간 균열을 초래하고 이런 저런 구설수로 씁쓸한 선거전을 치렀다. 학맥이니 인맥이니 하는 것들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지만 지역이 좁다보니 공연한 말들만 양산한 것도 사실이다.

지역문화예술계에 떠돈 항간의 구설수 때문인지 모 문화예술단체에선 입후보자의 경선을 내부 합의로 후보자를 선정해 추대하는 방식으로 급선회해 선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명예직이 대부분인 단체장이나 협회장 직함을 두고 벌어지는 경선은 선의의 경쟁이라는 표면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선거 자체가 가진 대립적 구도로 인해 내부갈등만 표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갈등은 또 조직이라는 개념보다 자유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인들이 선거를 치르며 겪어야 하는 홍역으로 보여진다.

그동안의 문화예술계의 회장선출 관례를 보면 추대형식이 많았다. 양보의 미덕을 살려 전임회장이나 임원들이 적임자를 추천하고 회원들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협회장이나 단체장들이 선임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로예술인들이 회장을 맡게 되었고, 단체 운영 역시 과거 관행을 따르는 구조가 지속되다보니 변화를 원하는 회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결국 밖으로 비쳐지는 단체의 모습은 물흐르듯 흘러왔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회원들의 욕구는 충족시키지 못한 채 새로운 조직의 변화를 경선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책임있는 자리를 맡지 않겠다며 사양하던 과거와는 달리 열정적으로 일해보겠다며 경선에 도전하는 예술계 인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과 요구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예술인들이 지역문화예술계에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깨끗한 경선도 단체들의 과제이다.

지금도 예술인하면 권력과는 멀어보이는,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선거와는 다른, 선의의 경쟁과 축제로 '역시 예술인이다'는 믿음의 바통을 이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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