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해야 빛나는 명예박사
이름값 해야 빛나는 명예박사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2.02.1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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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 학위 수여식이 열릴 때면 예전엔 얼굴도 보기 힘든 정치인들이 행사장에 나타나곤 했다.

정치인 구경하려면 선거를 앞두거나 유명 대학 졸업식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예박사는 정치인의 필수 경력이기도 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이 뿌려대는 명함을 보면 명예박사가 넘쳐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1년에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는 180개 안팎. 해방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받은 사람은 4048명. 명예박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빗말이 아니다.

학위 과정 이수나 학위 논문에 관계없이 학술 또는 문화 발전에 공헌이 큰 사람에게 수여하도록 돼 있는 명예박사가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이름으로 가득차면서 그 가치가 발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충북대와 청주대 두 대학이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는 총 72개. 명단에는 정치인, 기업인, 총장, 장관, 시장, 기업대표 등 이름꽤나 알려진 인물이 많다. 한 해 5명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한 적도 있을 정도다.

누군가에게 명예박사는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문의 영광처럼 인생의 증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명예박사의 가치는 누가 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받느냐가 더 중요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충북대학교가 오는 23일 학위수여식에서 전재산 40억여원을 기탁한 교육독지가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키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이 독지가는 방송, 신문 매체에서 요청하는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명예박사 학위가 남발하면서 가치까지 추락하는 현실에서 명예박사가 오랜만에 이름값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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