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파랑새는 누구일까
대한민국에 파랑새는 누구일까
  • 박상옥 <다정갤러리 시인>
  • 승인 2012.02.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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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상옥 <다정갤러리 시인>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 틸틸과 미틸은 힘든 모험을 겪은 뒤에,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동화는 동화일 뿐, 빛나는 문명의 21세기에 행복의 조건을 타고난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엄청난 부를 상속 받거나 아름다운 외모나, 지적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좀 더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생의 책임은 오직 자신의 것, 무엇을 가지고 태어난 뒤에 본인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 행복이다. 틸틸과 미틸은 추억과 꿈, 화려함과 미래의 성에서 파랑새를 가져오지만 집에 오자마자 색이 변해버린다. 행복은 환상이나 물질에선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파랑새가 날아가 버린 것으로 끝을 맺는데도 틸틸과 미틸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파랑새는 마음에 있음을 믿게 되었었기 때문이다.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는 자신이 속한 가족과 사회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일생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말 안하고 묻지 않아도 아침이면 태양이 어김없이 떠오를 것이라 믿는 모든 생명체들의 믿음과도 같다. 신뢰가 좋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행복을 믿는 긍정의 눈을 가지게 되며, 신뢰감이 좋은 나라의 국민은 정치와 지도자를 신뢰하는 긍정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은 것일 테다.

덴마크 국립사회연구소의 '토르멘 프리드버그' 박사는 "시민끼리 서로 믿고, 국민은 정부와 제도를 믿고, 勞(노)와 使(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믿는 신뢰의 구조야말로 덴마크의 행복지수를 떠받치는 초석"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한 나라다. 1~10점 척도로 '주변사람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6.99로 덴마크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와 (6.18)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7.18)도 최고였다. 1848년 입헌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덴마크 국왕은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였다. 국왕이란 특권을 내세우지 않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 왕실의 그런 분위기와 정신이 정치권, 기업계, 언론계, 학계 등으로 스며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의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 아니겠는가. 특권층이 공익으로 정신무장하고 있으니, 특권부패. 특권반칙. 특권비리. 특권기만이 통하지 않는 풍토가 정착된 것일 테다.

선거판이 다가오자 벌써부터 담합과 음모의 기미가 보인다고 국민이 믿게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권은 권모술수에 능한 인간들, 이권 때문에 국회에서 쇠망치나 두드리는 인간들로 생각하니 덴마크의 정치인 신뢰도(6.18)는 갈 길이 멀다. '부러진 화살'의 영화가 준 파장 때문만이 아니라, 툭하면 정치에 매수당하거나 끌려 다닌다는 사법제도의 신뢰도 역시 덴마크(7.18)에 비하면 앞날이 캄캄하다. 국민을 위해 정치가 존재함을 국민이 믿어주는 시대가 과연 오려는가.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고,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음을 믿게 된다면, 복지 복지 하는데, 복지가 좀 모자라도 행복지수는 저절로 높아지지 않을까, 국민 모두가 이젠 틸틸과 미틸만큼 정치라면 모험적인 실망을 겪을 만큼 겪었다. 도대체 어디서 믿음에 굶주려 날아가 버린 파랑새를 찾을 것인가. 다가올 대선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파랑새가 되어줄 될 것인가.

파랑새가 되어줄 사람은 누구인가. 몸의 열이 화를 냄으로서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열성으로 피를 돌리면서 제 주인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행복이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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