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알을 부화시키는 미생물
공룡의 알을 부화시키는 미생물
  •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2.02.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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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공룡도 파충류이기 때문에 알을 낳습니다. 공룡이 가장 많이 살았던 2억5000만 년에서 6500만 년 전의 중생대는 기온이 습하고 따뜻했습니다. 오늘날 열대지방에 사는 새들도 알을 품어서 부화시키듯이 알을 부화시키는 데는 보온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공룡은 거대한 체중 때문에 알을 품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룡은 어떻게 알을 부화시켜서 번식했을까요? 부화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공룡 알의 크기를 알아야 합니다. 공룡 알 가운데 작은 것은 테니스공만한 것도 있지만, 큰 것은 긴 축이 52cm나 되는 타원형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공룡이 알을 품어서 부화한다면 무려 수 톤에서 수십 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공룡의 체중에 눌려서 알이 깨지고 말 것입니다.

물론 모든 공룡의 무게가 엄청나게 무거웠던 것은 아닙니다. 1861년 남독일에서 발견된 콤프소그나투스(Compsognathus)는 몸길이 약 60cm, 몸 3kg 정도로 약간 큰 닭만한 크기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공룡은 알을 품어서 부화해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좋은 엄마 도마뱀'이란 명칭의 새끼를 돌보던 마이아사우라(Maiasaura)처럼 몸무게가 5톤이나 되는 초식공룡들은 어떻게 알을 부화했을까요

미국의 존 호너(John Honer) 박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마이아사우라 같은 공룡은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마이아사우라의 알둥지 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이아사우라는 밑지름이 3미터, 윗지름이 2m, 높이가 1.5m 정도인 오목한 둥지에 알을 낳았는데 둥지 밑바닥과 알 위에 식물의 잎을 덮어주었습니다. 식물의 잎과 둥지를 만드는 흙을 섞어주는 것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 두엄을 만들 때 볏짚이나 나뭇잎과 줄기를 고형의 가축 분뇨와 섞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발효가 일어나면서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추운 겨울철에도 퇴비를 뒤집어보면 하얀 김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때 활동하는 미생물은 산소가 많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혐기성 미생물인데, 이 미생물이 식물의 잎을 분해하여 영양원으로 이용하면서 열을 발생시킵니다. 두엄은 온도가 70도까지도 올라가므로 충분히 공룡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공룡 알을 부화시킬 수 있을 만큼 큰 에너지를 만드는 미생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산소가 적은 데서 자라는 혐기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오늘날 퇴비를 만드는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이라는 막대형 미생물입니다. 실제로 식물체를 눌러두고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만들면 클로스트리듐이 식물체를 분해하여 열을 만들어줍니다. 첨단 과학인 계통분류학의 유전자 진화 자료를 분석하면, 공룡이 살던 시대에 클로스트리듐이 살았을 확률이 높고 생존조건도 적합하여 이러한 추정에 대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룡이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미생물은 오늘날 부족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땅속에서 파 올린 원유에서는 휘발유, 경유, 중유 등의 에너지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뽑아냅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산업의 가장 중추가 될 바이오정유 산업에서는 미생물의 발효작용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식물체를 통해 여러가지 에너지와 화학물질 소재들을 만들어내지요. 이 바이오정유 산업의 주인공으로 클로스트리듐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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