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도시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2.02.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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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진순 <수필가>

막내 이모께서 하느님 나라로 가셨다. 경기도 부천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모셔져 있었다. 남편이 환자이다 보니 병석에 계실 때 찾아뵙지 못했다. 사람노릇 하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며 죄스러운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성품이 온화하고 가족 사랑이 깊은 이모는 여러 남매의 장손 며느리로 시집을 가셨다. 어린시절 방학 때 이모댁을 가면 담배농사를 많이 짓고 건조실이 인상적이었다. 담배조리를 할 때면 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노랗게 마른 담배를 손질하느라 북적였다.

담배 냄새가 지금도 코끝을 맴도는 듯하다. 이모는 밥하랴 간식 장만하랴 신발도 신을 새가 없었던지 맨발로 뛰어다니셨다. 목소리에 온화함이 배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고 다정한 말솜씨로 호랑이 시어머니 비위를 맞추는 이모를 보면 천사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터미널에 버스가 닫자 입구에 '터미널 소풍'이란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택시를 타고 성모병원 장례식장을 가는 동안 눈길을 끄는 것은 '화목 사거리'란 이정표였다. 이모가 사는 부천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꼭 이모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느낌이었다. 우뚝우뚝 서 있는 아파트 벽의 이름표는 하늘빛을 받아 빤짝거렸다. 마치 우리 이모의 넋이 "어서 오너라, 어서오너라" 하며 부르는 다정한 소리처럼 들렸다.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한 시간은 20분. 미안한 마음이 뒤범벅이 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푸른마을, 보람, 사랑, 반달마을, 하얀마을, 하나, 무지개마을, 포도마을, 리마벨 등 하나같이 정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특히 화목 사거리란 단어는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이름으로 더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정표에 이름이 도시의 이미지를 말해 주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부천의 매력에 빠져있는 동안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성가정의 주보이신 성 요셉의 집이란 간판이 붙은 입구의 장례식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며 82세로 이모부의 극진한 간호와 사남매들의 사랑 안에 잠드신 이모님을 뵈었다.

유교사상이 투철한 이모부의 주도아래 거행되는 장례의식 또한 의미있어 보였다. 염습이 끝나고 드리는 제사에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시를 낭송하는 모습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점점 개선되어 가는 장례문화도 문화의 도시에서 볼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다시 터미널 소풍을 거처 청주로 돌아오면서 부천 신도시에서 느꼈던 신선한 풍경을 메모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지명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이처럼 새롭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문화사회가 되어가는 우리나라가 외국인들 눈에 아름다운 한국, 다시 가고픈 충청도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민자치회의하는 날 내가 살고 있는 까치내 마을에 지명을 좀 더 고민해 보자고 건의하고 싶어진다. 한사람 개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마을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왕에 바꾸는 이름 그동안 지명을 중요시했던 이미지에서 탈피한다면 아름다운 우리말로 또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나라, 동네가 태어나지 않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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