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곧 능력이다
결혼이 곧 능력이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 승인 2012.01.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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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갤러리 찻집을 운영하면서 여유있는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뒤져보는 노트가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의 프로필(이건 나만 알아볼 수 있는)이 적힌 노트다. 노트에는 미혼이 대부분이지만 사별한, 이혼한 사람도 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면서 갤러리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인연 만들기'다. 삶이란 인연을 잘 지으면 윤택해지지만 인연을 잘못 지으면 불행해진다. 선택할 수 있는 인연도 있지만 부모처럼 선택할 수 없는 인연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인연 중 가장 큰 인연은 결혼이고, 나는 누군가에게 결혼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중매를 세 번하면 사후 천국이 보장된다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인연의 고리가 된다는 일은 얼마나 큰 보람인가.

갤러리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그중에 내가 특별히 신경쓰는 고객층은 미혼의 남녀들이다. 정말 능력 있는 청춘남녀들이 둘. 셋, 넷, 짝을 지어 갤러리에 온다. 직장이 같거나 인터넷 카페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들이 어서 짝을 이루어야 할 텐데 싶어서 괜히 조바심이 난다. 문제는 그렇게 능력있다는 청춘들이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란 생각을 한다는 것이 안됐고 가엾고 답답하다.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자유다. 그러나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맘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나서, 등의 이유나 변명이 결혼 앞에서 합당한 것인가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은가.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21세기 변동의 핵심은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여성이 리더가 되는 시대를 예고했던 바, 세계에 부는 여성바람이 거세다. 태국 역사상 첫 여성총리 잉락 친나왓을 포함하여 현재 (독일. 핀란드. 스위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키르기스스단. 리투아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트리디다도코바코.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 라이베리아. 호주. 등) 20명의 여성이 정치수장이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의회에 진출한 여성의원들의 비율은 19.3%로 역대최고다. 우리나라도 유력한 대권후보가 여성인, 21세기 세계역사가 여성의 '돌풍'에 실리고 있다.

여성들이 지위향상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지나와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가 이럴진대, 여성들도 생각의 진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저 보호받는 존재의 여성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있는 존재의 여성 말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공(필립공)은 여왕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뜻보다 왕실의 뜻을 좇아 살아왔음에도, 여왕을 위해 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일생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냥 살아있음에 만족하고 물 흐르듯이 보내는 사람도 있고. 시작에 의미를 두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어서 어느 것이 좋다고 단언하기 복잡한 것이 사람의 일생이다. 그러나 꽃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는다면 꽃나무가 아니듯이, 사람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이 아닐까 한다. 살다보면 진정한 능력이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시간이란 것을 깨닫는 날이 반드시 온다. 젊은 청춘들에 고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미는 일보다 귀한 능력은 아무 곳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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