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송아지 값이 1만원?
육우 송아지 값이 1만원?
  • 이병하 <충청북도 의회 전문위원>
  • 승인 2012.01.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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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병하 <충청북도 의회 전문위원>

과거 우리나라에서 소의 의미는 고기가 아니라 기능을 활용하는 농사의 필수 기반 동물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소는 고기를 얻기 위한 육우와 우유공급을 위한 젖소(암컷)만이 존재한다.

육우(肉牛)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살찌게 기르는 소'로 육용우(肉用牛)의 줄임 말이다. 따라서, 육우는 빨리 자라고, 빨리 번식하며 고기의 생산량과 질이 좋도록 개량되어 있는 것이 자본시장논리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일반적으로 소는 대개 5년 동안 성장하고 25년 동안 수명을 누린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쇠고기는 20~30개월 안에 다 자란 소로부터 나온다. 자연의 순리대로 5년 동안 먹여 키우면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을 촉진하는 성분이 사료에 들어가야 하고, 많이 움직이면 살은 안 붙고 근육만 생겨 고기가 질겨지므로 운동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잘 걸릴 수 있으므로 항생제나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국내산 쇠고기는 한우와 젖소(수컷)로 구분된다. 이 둘 다 사전적 의미로 육우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한우와의 구분을 위해 통상적으로 젖소(수컷)를 육우라고 칭한다. 가격도 한우와 동급 품질의 육우가 30~40%정도 싸게 책정된다. 이는 육우가 한우에 비해 사육기간이 짧고 품종에 대한 시장 선호도 때문이다.

1902년 구한말 프랑스인 쇼트가 처음으로 홀스타인 젖소를 들여온 뒤, 1960년대부터 낙농업이 본격화되면서, 부산물로 발생한 숫송아지를 입식 받아 비육소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육우생산의 시작이다.

요즘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육우 송아짓값 1만원'이라는 보도는 국내 육우 축산 농가들의 생존권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통계청(2010)자료에 따르면, 육우 사육 시 마리당 평균 25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적자가 발생하는 데, 어느 누가 송아지를 구입해 키우려고 하겠는가 이에 비해 고가의 한우는 아직 마리당 평균 74만원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다.

게다가 축산 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값싼 쇠고기가 매년 20~ 30만톤씩 수입되고 있으며, 그 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정부의 국내 육우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인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의 경우 수입 쇠고기에 대응한 육우의 경쟁력을 '안전성'으로 보고, 생산이력 및 질병에 대한 철저한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자국 쇠고기 시장의 발전을 성공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한우는 아직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따라서 값싼 수입고기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는 값싼 수입 쇠고기로부터 국내 쇠고기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안전성 측면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전략으로 중저가의 육우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소비자인 국민들도 단순히 값싼 수입 쇠고기를 선택하기보다, 축산농가의 생존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쇠고기 1인분을 생산하기 위해 대략 22명분의 곡물이 사료로 쓰인다는 점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CO2발생량으로 볼 때, 쇠고기 약 430g을 생산하는데 6.7kg의 CO2가 배출되며, 이것은 곡물생산으로 배출되는 CO2량의 36배 수준에 이른다는 국제식량기구(FAO)의 자료도 단지 환경론자들의 넔두리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즉, 동물복지 및 환경의 관점에서 국내 소 사육 환경 분석을 통해 무분별한 과잉생산을 제한하는 것도 사육농가와 소비자들의 공감대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육우농가의 생존권에 대한 지원과 수입 쇠고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전략 수립, 그리고 동물복지 및 환경 관점에서의 과잉사육 제한 등은 정부의 정책수립과정에서 유관단체들과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핵심 요소이다. 부디 투명한 절차를 통해 다수가 만족할 만한 합의된 정책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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