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의 기쁨
작명의 기쁨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1.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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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설날은 일 년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절을 올린다. 건강하라고, 취직 잘하라고, 부자 되라고, 그만 결혼하라 한다. 이런 명절이 되면 책력을 펼쳐 놓고 가족의 일 년 동안 길흉을 짚어가며 덕담을 해 주시던 아버님 생각이 난다. 사촌에 6촌까지 둘러앉아, 책력을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이 딱 맞기라도 하듯,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웃음마당이 펼쳐지던 어릴 적 명절이 그립다. 그래서 올 명절에는 재미삼아 토정비결이나, 그럴듯한 신년의 덕담 마당을 살펴보다가 유행하는 '인디언 작명법'을 알게 되었다.

'인디언식 이름 짓기'란 태어난 해의 끝자리 수와 생월. 생일에 맞는 글자를 조합해 맞든 이름을 말한다. 먼저 태어난 해의 끝자리 수에 따라, 0:시끄러운. 1:푸른. 2:붉은. 3:조용한. 4:웅크린. 5:하얀. 6:지혜로운. 7:용감한. 8:날카로운. 9:욕심 많은 의 수식어를 붙인다.

그리고 생월에 따라, 1:늑대. 2:태양. 3:양. 4:매. 5:황소. 6:불꽃. 7: 나무. 8:달빛. 9:말. 10: 돼지. 11:하늘. 12:바람 등을 주어로 삼는다. 끝으로 생일에 따라, 1:~와 함께. 2:~의 기상. 3:~는 그림자 속에. 4-6:(붙임말 없음). 7:~의 환생. 8:~의 죽음. 9:~의 아래에서. 10:~를 보라. 11:~가 노래한다. 12:그림자. 13:~의 일격. 14:~에게 쫒기는. 15:~의 행진. 16:~의 왕. 17:~의 유령. 18:~를 죽인자. 19:~는 맨날 잠잔다. 20:~처럼. 21:~의 고향. 22: 23:~는 나의 친구. 24:~의 노래. 25:~의 정령. 26:~의 파수꾼. 27:~의 악마. 28:~와 같은 사나이. 29:~를 쓰러뜨린 자. 30:~의 혼. 31:~라는 말이 없다. 등의 술어를 붙이면 된다.

인디언 작명법으로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치인의 의 이름 짓기를 해 보면,

이승만은 ' 하얀 양의 파수꾼' 핍박받는 흰옷 입은 백성들의 어버이. 박정희는 '용감한 하늘에 쫒기는 남자' 과감한 쿠데타에 공도 과도 많았으나 불행한 최후. 김영삼은 '용감한 바람처럼'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해체 등 과감한 일. 김대중은 술어 없이 '웅크린 늑대' (4.5.6.엔 술어 없음). 오랜 세월 웅크렸다 권좌에 오름. 노무현은 '지혜로운 말과 함께 춤을' 지혜로웠으나 좌충우돌. 전두환은 '푸른 늑대를 죽인 자' (집권과정의 피바람). 노태우는 '붉은 바람' 전임자의 피바람에 편승. 이명박 현 대통령은 '푸른 바람은 맨 날 잠잔다.' 대권과 소통 없는 청와대. 박근혜는 '붉은 태양의 기상'. 안철수는 '붉은 태양의 파수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용한 늑대의 노래'. 한명숙 전 총리는 '웅크린 양의 노래'라는 이름이다.

인디언 작명법이 범상치 않다며 신비롭다며 새삼스런 경외감을 갖고 싶지는 않다. 어떤 작명법이든, 잘 살고 싶은 사람의 열망에서 시작된 것일 뿐. 인디언들이 아침 햇빛에 감사하고, 살아 있음과, 음식과 너와 나의 기쁨에 감사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그뿐, 작명법이 나랑 맞거나 안 맞는다고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

마침 설 명절이라 가족들이 마주 앉아 새해의 희로애락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토정비결도 볼 텐데. 인디언의 작명법이라도 함께 하며 한번 쯤 재미와 삶의 오락을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집도 이번 명절에 윷놀이도 하고 '인디언 작명법'으로 새로운 이름 하나씩을 지어보면서 덕담의 즐거움을 나누었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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