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고영민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 작은 못 하나가 육중한 건물에 틈새를 만들기 위해선 숱한 울림이 필요합니다.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이 못에 틈새를 내어주기 위해선 지축이 흔들리는 몸살을 앓습니다. 어찌 사물만 그렇겠습니까. 사람도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속에 내가 되기까지 울림과 몸살로 단련되어야 함을 시인의 양보를 통해 다시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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