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가치인 국가
견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가치인 국가
  •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2.01.20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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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지금은 많이 엷어진 것 같습니다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가치에 국가가 있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남의 손에 넘어가 있던 국권과, 해방 후 곧장 밀어닥친 전란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수많은 노력들과 나라를 지키려던 그 못지않은 엄청난 희생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 때의 어린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구체적 모습으로 각인되었던 경험들도 오롯이 떠오릅니다.

이후 50여년 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고, 그 사이 극심한 가난에서도 벗어나면서 국가에 대한 절실함이 그만큼 엷어지지 않았는가 싶긴 합니다만, 여기에 보다 큰 까닭이 있다고 보는 것은 정치인들의 몹쓸 행태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권을 잡았던 거의 모든 정치인이나 정당들은 정권과 국권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았고, 그 극치를 현정권에서 봅니다.

국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손에 틀어쥐고 모든 정책을 재벌 중심으로 펼쳐내면서 온갖 거짓말과 속임수로 국가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정치, 그런데도 나라가 이토록 조용한 것은 오늘날 이 나라 국민들의 국가의식이 그만큼 엷은 것이 아니냐 싶은 겁니다.

다들 잘 아는 바와 같이 국가는 그 영토와 국민, 그리고 국권의 세 요소를 묶어 이르는 개념의 총화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권은 국민의 손에 있고, 정치는 그것을 위임받아서 풀고 맺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데 정권을 잡은 것과 국권을 쥐고 있는 것을 혼동한다면 그 정권은 마땅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국가에서의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 지금 당장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도 엄청 늦은 일이나 이 정권이 다 끝나도록 이렇게 조용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그냥 유야무야 흐려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것은 국민이 스스로 자신들이 주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나라의 국민은 아무런 국민으로서의 자격이나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임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영토도 몹시 불안전하고 국민은 국권으로부터 극심하게 소외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국권의 정체성 또한 불확실한 것이 사실인데, 그런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라는 국체(國體)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도 분명하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이고 말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길은 먼저 국민적 각성이 필요할 것이며, 국민의 주권주장이 제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조금씩 열리게 됩니다. 맹목적 애국이 아닌 참으로 민주적인 의미에서의 성숙한 국민의식으로부터 나오는 애국,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야 할 민주국가로서의 대한민국, 말로만 해도 가슴 벅찬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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