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할 거죠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할 거죠
  • 김명철 <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1.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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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할 거죠?" 상쾌한 아침에 새벽기도까지 다녀온 아내가 아침 식사를 하면서 불쑥 나에게 던진 말이다.

너무나 바쁘게 생활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늘 '일 중독자'라고 놀리더니, 이젠 나의 결혼관과 가정관에 대한 정체성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일과 업무에 바쁜 나머지 가정에 소홀한 나를 비난하는 것으로 들렸다.

약간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피싯 웃었더니, 한술 더 떠서 "학교 있을 때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결혼하지 않고 가르쳐야 한다"고 하더니 "이젠 교육청 업무에 바빠서 결혼 하지 말고 살걸 그랬다"는 식으로 기다렸다는 듯 비난의 화살을 쏘아 댄다.

사실 난 그랬다. 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발령이 나지를 않아서 온갖 일을 다 하면서 고생스런 젊을 시절을 보냈다. 국립사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대기업 취업은 꿈도 못 꿀 시절, 외판원과 막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시절을 보내고 어렵게 발령을 받아 교사가 되고 보니 너무나 행복하고, 보람이 있었다.

교직이 천직이고, 성직이라면 신부님이나, 스님처럼 결혼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 버릇처럼 말하면서, 정말 남의 자식을 제 자식처럼 키우려면 결혼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특히, 첫 발령지인 괴산 지역의 농부들에게서 배운 것이 담배 농사도 그렇게 정성껏 지어 좋은 등급 받으려고 온갖 정성을 다해 따고, 졸리고, 건조하고 다듬어서 내어 놓는데, 남의 자식을 대충 가르쳐서 졸업시킨다면 벼락 맞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라리 결혼 하지 않았으면 이 아이들을 목숨 걸고 제 자식으로 잘 키울텐데" 라는 생각을 했고, 집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지금까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때 열정이 지나쳐서 한 말이라고 수정 아닌 정정을 했다. 온전한 가정을 잘 꾸리고 생활하는 교사가 학생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정했다. 자식을 낳아서 키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결혼을 할 것이다. 더욱 아름답게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나를 아버지라 부른다. 선생과 학생이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아무리 매를 들어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를 가지고 와서 때려 달라고 하는 제자도 생긴다. 반 전체가 종아리를 맞는 날이면 파스를 사가지고 와서 나의 어깨에 붙여주기고 하고, 어떤 학부형은 힘내서 더 때려 달라고 보약도 지어주는 분도 계셨다.

교편을 잡는다는 말은 교사의 권위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제는 가르칠 의무인 '교'만 있고, 애정과 열정으로 지도하는 '편'은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학생의 인권만 있고, 교사의 교권은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학급 전체가 심기일전을 위해 종아리를 맞고 '초록반'이라는 자랑스런 마크(?)를 새기고 열심히 노력하던 멋진 제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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